지난 7월 3일, 들꽃청소년세상에서 ‘콜라보(일본 성착취청소년 지원단체)와 일본의 연대단체’, ‘움직이는 청소년 센터 EXIT’, ‘청소년 자립팸 이상한나라’가 함께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콜라보와는 2017년 처음 만나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었는데요. 콜라보는 EXIT 버스의 운영방식과 청소년을 만나는 가치와 철학에 동의하여 일본에 가서 EXIT와 같은 버스를 오픈해서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간담회의 열기가 아주 뜨거웠다고 하는데요, 지금부터 그 현장을 함께 들어가볼까요?
사진제공 : COLABO
그 전에 잠깐! ‘콜라보(COLABO)’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겠죠?
콜라보(colabo)는 일본의 성착취피해청소년 지원단체입니다. 콜라보에서는 EXIT 버스를 보고 가서 만든 ‘쓰보미 카페’ 라는 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Tsubomi’ 는 아직 피지 않은 꽃, 꽃봉오리를 뜻하는 말로 청소년들이 직접 붙인 이름이라고 해요. 정말 아름답죠? 예쁜 이름처럼 버스도 핑크색으로 아름답게 꾸며놓았다고 합니다. 청소년들에게 ‘지원’, ‘복지’와 같은 이미지로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아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쓰셨다고 합니다.
출처 : NHK WORLD JAPAN ‘Bus offers refuge to runaway girls’ Jan. 24, 2019
콜라보의 버스는 시부야, 신주쿠 지역에서 야간시간에 거리의 여성 청소년들을 만나며 맛있는 음식, 쉴 수 있는 공간, 와이파이, 그리고 콘돔, 생리대와 같은 각종 물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콜라보에서는 버스 뿐만 아니라 일시쉼터, 중장기쉼터도 운영하고 있고 청소년들의 사회활동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요. 한국의 EXIT, 이상한나라와 일본의 콜라보가 참 많이 닮아있는 것 같아요.
간담회는 들꽃청소년세상의 공동대표이자 함께걷는아이들의 이사장인 조순실님의 인사말로 시작했습니다. EXIT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 계기와 함께 ‘특히 이러한 활동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힘을 얻기 바란다.’라며 이 모임을 통해 서로 관점을 나누고 청소년들을 위해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격려와 응원의 말을 전했습니다.
먼저 한낱 활동가의 이상한나라 소개가 있었는데요.
‘청소년자립팸 이상한나라’ 는 기존의 생활시설을 선택하지 않거나 선택할 수 없는 여자 청소년, EXIT 이용 청소년 중 입국을 희망하는 여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함께걷는아이들의 청소년 주거지원사업이기도한데요. 이상한나라는 ‘누구나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라는 원칙을 갖고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상한나라에서는 각종 규칙, 의무에서 벗어나 자유를 우선시하는 삶을 보장하고 있다고 해요. 또한 재난참사피해자를 만나는 일, 세월호를 기억하는 활동, 퀴어퍼레이드 등 청소년들이 사회참여를 통해 사회적 약자에 연대하는 활동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이상한나라에서는 기본소득 제도가 있다고 해요. 기본소득이란 조건, 평가 없이 누구에게나 기본적으로 일정 소득을 갖게 하는 것인데요. 한 달에 30만원씩, 영수증을 증빙하지 않아도 되고 원하는 곳, 원하는 시기에 쓸 수 있기 때문에 앨리스(이상한나라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제도라고 합니다. 그만큼 자유를 가장 원한다는 말이겠죠? 기본소득 제도를 이야기하면서 ‘기본소득을 주면서 생색을 내거나 갑질하지 말고 권리로서 줘라!’라고 한다고 해요. 이상한나라가 이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네트워크를 잘 해왔기 때문인데요. 비슷한 관점을 가진 기관들이 힘을 합쳐 그들의 권리를 주장하는데 힘을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가)를 통해 주거가 권리가 되도록 ‘집 좀 주세요’ 가 아닌 ‘집 내놔라’를 열심히 외치고 있다고 하네요. 궁극적으로 이상한나라는 앨리스들에게 ‘이것저것 하고 싶은 집’, ‘규칙이 아닌 관계로 움직이는 집’, ‘두 발 뻗고 잘 수 있는 집’, 그래서 ‘살고 싶은 집’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덩달아 이상한나라도 자세히 소개하는 계기가 되었네요.^_^
이어서 콜라보 대표 니토 유메노님의 콜라보 소개가 있었는데요, 함께 나눠 볼까요?
일본에서는 특히 10대 여자 청소년들의 성 착취 문제가 심각하다고 해요. 일본은 청소년의 성 착취가 사업화되어 있는데, 여고생의 성을 상품화한 것을 ‘JK비즈니스’라고 한다고 합니다. 번화가에 여성 청소년이 10분만 서 있으면 JK비즈니스 업체의 ‘스카우트’들이 접근한다고 합니다. 여성 청소년에게 거리에서의 경찰은 안전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기보다는 ‘잡아가는 사람’ (밤 10시만 되면 경찰이 거리에 있는 청소년을 데리고 아동상담소 같은 시설로 보호하도록 한다네요. 청소년을 위한다지만 좀 무섭지 않나요?) 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더더욱 콜라보의 버스 역할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콜라보에서는 이상한나라처럼 일시쉼터, 중장기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최근에는 규모를 확장하기도 했지만 아무리 집이 많아져도 청소년들의 삶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사회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고 합니다. 거리의 청소년들을 ‘비행 청소년’만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회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14살~20살의 여성 청소년 24명과 함께 기획전시도 했다고 하네요.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답변을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그중 몇 가지 질문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Q&A
Q. 콜라보 : 앨리스들이 출국할 때 일자리를 찾는 것이 과제가 될 것 같아요. 어떤 지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주거 지원 2년이 지나면 퇴소를 하게 되는데, 이를 출국이라고 표현합니다.)
A. 이상한나라 : 네. 맞아요. 일과 관련해서 고민이 정말 많은데 실제로 괜찮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고민이 커지는것 같아요. 단순히 업종의 문제라기보다는 직장 내에서의 관계를 힘들어하는 것이죠. 사장이 무시하는 경우가 많아서 구직이 되어도 금방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희는 그들이 길게 일해보는 노력을 하기 위해 괜찮은 일터에 인턴십 지원을 하기도 하고 일터에서 겪는 어려움에 맞서는 역할극을 해보기도 하면서 다양한 상황을 준비하는 노력을 해보기도 합니다.
Q. 콜라보 : ‘집 좀 주세요’ 가 아닌 ‘집을 내놔라!’라고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정부에 대해 하고 계신 액션이 있을까요?
A. 이상한나라 : 다양한 연대단체들이 모여 청소년들의 주거 문제를 고민하다가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가)가 탄생했어요. 올해 시작해서 구체적인 액션을 한 것은 아직 없지만, 현재는 진행되고 있는 정책을 검토하며 연구하는 단계에요. 액션을 시작하게 되면 콜라보에도 도움을 요청할게요! 국제적인 움직임이 되겠네요.
Q. 콜라보 : EXIT는 정부와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요. 또 앞으로 어떻게 관계를 가지고 가려 하시나요?
A. EXIT : 저희가 사업을 시작할 시기에는 정부에 이런 사업들이 보편화 되어있지 않았어요. 직접 거리에 나가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작을 했지요. 지금 함께걷는아이들이 9년째 지원하고 있는데, 사업이 더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정부 지원이 있는 것이 좋겠죠? 그런데 현장은 계속 변화하고 정부는 정책이 정해져야 사업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유연한 활동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정부 지원을 받으면 현장반영에 제한이 생기기도 하구요. 하지만 그럼에도 정부에 문제 제기를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이야기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사회에 제안하기 위해서 민간이 협력하고 단체가 연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연적인 것 같습니다. 콜라보와 EXIT처럼요!
Q&A
<EXIT&이상한나라가 콜라보에게>
Q. EXIT : 성매매를 하지 않았을 때 먹고 살 다른 좋은 선택지가 없어서 청소년들에게 성매매 이슈를 꺼내기에 망설여지는 것 같아요. 일본에는 어떻게 접근하고 계신가요?
A. 콜라보 : 맞아요. 사실 궁극적으로는 성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괜찮은 일자리가 없다는 상황은 일본도 같아요. 그들이 스스로 (성매매를) 하고 싶어서 하는 친구를 만나본 적은 없어요. 그들에게 ‘힘들지 않아?’라고 대화를 통해 마음을 열고 있어요. ‘자기가 나쁘다.’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너는 나쁘지 않고 소중하다.’라고 말해주며 관계를 유지하면서 좋은 때가 될 때 ‘다른 것들도 해보는 것은 어때?’라고 말을 건네기도 해요. 그런 친구는 자신이 피해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그 친구들에게 ‘너 지금 힘들다고 말하고 화를 내도 된다. 개인의 탓이 아닌 사회의 탓이라고 말해도 된다.’라고 말해주어요. 하지만 그들에게 ‘그건(성매매) 위험하니까 하지마’라고 말하지 않아요. 우리는 그 친구들이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들이 그 일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라는 배경에 집중하고 그들에게 다른 선택지를 제시해 주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Q. EXIT : 거리의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JK비즈니스 업체의 ‘스카우트’들과 같은 사람들이 협박하거나 위협하는 순간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하시는지 궁금해요.
A. 콜라보 : 맞아요. 콜라보와 연대하는 변호사 집단이 있어요. 그들은 조폭과 관련된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면서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분들인데요. 그들이 버스 앞에서 지켜주고 있어서 안정적으로 버스 운영을 할 수 있어요. 이렇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활동에 결합해서 함께 하고 있어요.
Q. 이상한나라 : 콜라보 활동을 하면서 힘들거나 어려운 지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A. 콜라보 :일본은 ‘우리가 사회를 바꾸어야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또한 국가에 대해 항의하는 것만으로도 아주 과격한 사람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고 있어서 활동가들이 어려워하곤 해요. 말씀하셨던 것처럼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그게 어려운 것이죠. 정부와 싸웠던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요. 버스 사업에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니 정부는 버스 사업에 ‘청소년피해여성’, ‘지원모델사업’ 이런 타이틀을 붙이자고 요구하는 거예요. 또 다른 사례로, 활동 중 어떤 사건이 발생해서 SNS에 올린 적이 있는데 그것을 빌미 삼아 재계약할 때 SNS에 올리지 말고 정부의 말을 잘 들어라! 라는 내용이 계약서 안에 담아 놓은 거죠. 그래서 저희도 ‘그런 식으로 나가면 우리는 돈 필요 없다! 계약하지 않겠다.’라고 말했어요. 왜 그렇게 하지 않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여러 측면에서 설명했어요. 때로는 변호사와 정부를 만나기도 하고요. 결과적으로는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서 하자고 하는 것 다 하게 되었어요. 그게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사업이에요. 우리는 이걸 좋은 모델로 만들어 전국적으로 확장 시키고 싶기 때문에 우리가 지켜나갈 가치에 맞지 않는 것들이 나오면 언제든지 지원금은 받지 않을 생각입니다.
간담회의 열기는 늦은 밤까지도 계속되었는데요, 아무래도 EXIT와 콜라보가 맞닿아있는 지점들이 많고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이 같기 때문이였던 것 같습니다. 정해진 틀과 규칙을 강조하기보다는 청소년들과 대화와 관계로 신뢰를 쌓아가고 청소년 개인이 아닌 이 사회의 문제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집중하는 활동이 비슷해서 인상적이었어요. 결국 이런 환경에서 청소년들의 삶에 그들의 주체성이 활짝 필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콜라보와 일본 연대단체팀은 간담회 이후 7월 4일 수원 EXIT, 7월 5일 신림 EXIT 활동을 함께하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기운을 나누는 뜨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로써 ‘콜라보(colabo)와 콜라보(collaboration)’ 2박 3일의 일정을 잘 마무리하였습니다. 언젠가 있을 다음번 콜라보와의 만남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데요? 거리 청소년 개개인의 다양한 방식의 자립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는 그 날까지!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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