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청소년센터 EXIT 버스


청소년을 위해 매주 한자리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버스가 있다. 바로 거리에서 청소년들이 겪는 위기 상황을 함께 대처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움직이는청소년센터 EXIT’ 이다. EXIT 버스는 경기도 수원역 4번 출구에서 매주 목요일 오후 8시부터 오전 1시까지, 서울 신림역 봉림교 옆에서 매주 금요일 오후 8시부터 오전 2시까지 운행한다.

 

8시가 안 된 시간, 버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빨리 문 열어주세요! 들어가고 싶어요!”라는 외침이 반가웠다. 활동가는 청소년들에게 “8시에 시작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라고 부탁했다. 8시가 되자마자 부스에서 기다리고 있던 청소년들, 시간에 맞춰 온 청소년들이 버스 안을 가득 채웠다.

 

 

처음에 버스나 부스에 들어오면 메뉴판을 적어야 한다. 메뉴판 안에는 이름과 나이, 오늘 하고 싶은 활동, 필요한 지원 물품, 서비스 등을 체크한다. 청소년들은 버스 안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보드 게임 등 놀이를 즐길 수 있다. 또한, 활동가들과 대화를 나누며 의료 지원, 시설 연계, 법적 보호에 대한 자세한 안내를 받고, 필요한 서비스를 요청하기도 한다. 버스 안에는 속옷, 위생용품, 양말, 콘돔, 임신테스트기 등의 생활용품과 의약품 등이 마련되어 있다.

 

부스에서는 다 같이 먹을 간식을 만들고, 별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네일아트’를 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별별 프로젝트는 청소년들이 활동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청소년들은 능숙한 솜씨로 버스를 방문한 이들에게 원하는 디자인으로 네일아트를 해주었다.

 

이날, 움직이는청소년센터 EXIT를 협력하는 많은 단체가 함께 했다.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는 연애, 성, 피임 등 성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줬다. 청소년들에게 정확한 피임 방법, 안전한 성문화 등을 알려주는 공간은 꼭 필요하다. 각종 성교육 도서, 영상자료, 도구 등이 비치된 아하 버스 안에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식을 배울 수 있다.

 

노동인권단체 실무자들은 버스를 방문하여 청소년들의 노동 인권을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 실제로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 숙련·고위험·불안정한 일자리를 맴도는 청소년들이 많다. 특히 근로 계약서 미준수, 임금 체불 등 부당한 처우를 받는 일이 곳곳에서 발생한다. 2018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근로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32.8%는 부당한 일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하였다. 두 단체 외에도 지역 사회에서 청소년을 적극적으로 존중할 수 있는 사회적 네트워크와 여러 시민단체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시간


함께걷는아이들 신입 직원과 함께기자단이 맡은 역할은 부스에서 간식 만들기, 패트롤 활동이었다. 먼저 떡볶이를 부스에서 만들어 청소년들에게 나눠주었다. 요리를 잘하는 청소년이 떡볶이 만드는 걸 도와주어 수월하게 완성했다. 덥고 습한 날씨에 불 앞에서 요리를 도와주는 청소년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떡볶이기에 청소년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떡, 어묵, 삶은 계란, 깻잎이 들어간 떡볶이는 늦은 밤 환상적인 간식이었기 때문이다.

 

약 3시간 정도 떡볶이를 만들고 나눠주는 일을 한 후 패트롤(patrol) 활동을 위해 거리로 나섰다. 패트롤은 순찰을 의미하는 단어이지만, 거리를 돌아다니며 청소년들에게 EXIT 명함과 양말, 사탕 등을 나눠주며 홍보하는 일을 주로 한다. 밤 11시 이후의 금요일 밤, 화려한 네온사인과 불빛 사이에서 거리를 돌아다니는 청소년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청소년이신가요?”라고 물어보며, 1시간 정도 청소년들에게 직접 홍보를 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새벽 2시까지 EXIT 버스와 부스는 청소년들이 쉬어가는 놀이터이자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이 시간 이후에도 청소년들은 자유롭게 버스를 방문하여 활동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꾸준히 매주 찾아오는 청소년들과 활동가들의 관계는 친밀했다. 이 공간에서는 위계질서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난다. 처음 본 사이는 서로 존대를 하고, 편한 사이가 되면 서로 반말을 하는 광경이 낯설었지만, 인상 깊었다.

 

청소년들이 거리에서 겪는 문제는 복잡하고 여러 이해관계가 얽혔다. 활동가들은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각 청소년에 맞춰 최선을 다해 필요한 지원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연결해주었다. 새벽 2시 활동이 끝나면 밤새 활동 평가 회의가 이어진다. 청소년들이 놓인 위기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을 함께 알아보고, 고민하며, 활동하면서 있었던 어려움이나 특별 상황을 공유했다. 보완해야 할 점과 활동 소감을 나누며 체험을 마무리했다.

 

 

 

가정 밖 청소년은 문제아?

사회에서 위기 상황에 있는 청소년을 부정적인 이미지로 바라보는 시선이 만연하다. 하지만 그들은 ‘위험한 청소년’이 아니라 ‘위기를 겪는 청소년’일 뿐이다. 그들이 왜 밤늦게까지 거리를 배회하는지 그 궁극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청소년이 가정 밖 생활을 하는 주된 이유를 조사한 결과, ‘가족과의 갈등’이 49.7%, ‘가정폭력’이 24.5%로 1, 2위를 차지했다. 즉, 이들은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청소년 쉼터’나 ‘위기청소년 특별지원사업’ 등 정부에서 마련한 시설이나 제도에도 많은 한계점이 있다. 밤 10시 이후 pc방, 노래방, 찜질방 등은 출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밤 10시 이후 집으로 귀가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은 진정한 보호가 될 수 없다. 그로 인해 잠깐이라도 편하게 머물 수 있는 EXIT와 같은 공간이 매우 필요하다. 청소년을 더 큰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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