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연구보고서 (최종).pdf
지난 2월 11일, 청년문화공간JU에서 “청소년 존엄을 말하는 두 가지 방식_기본소득, 주거권”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우려 속에서도 이 토론회가 개최되었던 이유는 아마 청소년의 존엄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와 맞닿아 있을 텐데요. 정소년자립팸 ‘이상한나라’에서는 그간 청소년들과 만나며 청소년이 존엄하기 위해 보장되어야 하는 두 가지, ‘소득’과 ‘주거’의 절실함을 통감했습니다.
그 중 ‘소득’은 이상한나라의 청소년들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며 일상에서 일어나는 의미 있는 변화를 놓치지 않고 모아 경험연구를 진행하였고, 이날 1부에서 연구발표와 함께 당사자와 활동가의 이야기 또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주거’는 작년 3월부터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를 조직하여 홈리스, 장애인 등 다른 주거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기도 하고, 국내·외 청소년 주거 관련 법·정책 리뷰와 사례연구, 청소년과 실무자 인터뷰 등을 진행했습니다. 그동안의 성과와 고민들을 한데 모으고, 다양한 의견들을 통합한 담론을 만들기 위해 이날 2부에서 ‘청소년과 주거권의 만남’을 주제로 발제 및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궁금하시죠? 그날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1부. 청소년자립팸 이상한나라 기본소득 연구발표 #발표1 : 청소년자립팸 이상한나라 기본소득 경험연구 “이 연구는 청소년에게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서 시작했습니다.”
자립팸 이상한나라는 인권교육센터 들과 자몽(自夢)사업을 통해 만나며 인권의 관점에서 청소년 자립을 고민해왔고 2018년부터는 기본소득을 시도하는 것으로 이어졌는데요. 기본소득을 시도한 2년간의 이야기가 연구내용에 담겼습니다. “탈가정을 선택했다는 자체가 사회에서 자기결정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고 추구해 온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연구발표 中 연구에서는 기본소득과 자기결정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탈가정을 통해 어렵사리 추구하게 된 자기결정은 환경이 주어진다고 해서 바로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결정은 누군가의 허락이 아닌 실현할 수 있는 조건, 그중에서도 경제적 안정이 중요합니다. ‘기본소득이 시행되기까지...’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앨리스(자립팸 거주 청소년들) 대부분의 반응은 의아함과 의심이었다고 합니다. 이미 기초생활수급자의 경험이 있던 청소년들은 ‘통장내역 검사’를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을 텐데요. 증빙하지 않아도 되는 기본소득이 의아하고 의구심이 들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 것입니다. 이런 반응들을 해소하기 위해 기본소득과 관련한 교육을 진행하였고, 자립팸 활동가들은 원칙에 충실한 일관된 운영방식을 고수했다고 합니다. 그 운영방식이란 증빙이 필요하지 않음을 계속해서 상기시키고 사용 목적을 묻지 않으며 “알아서 쓰면 된다”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했던 것들입니다.
‘기본소득 시행 후 달라진 것들’
‘기본소득을 행운이 아닌 권리로’ 기본소득을 경험한 한 청소년이 기본소득을 ‘운세쪽지’에 비유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연구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며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기본소득이 몇몇 사람이 어쩌다가 만난 행운같은 좋은 소식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권리가 되는 행복한 소식이기를 바랍니다.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편견, 비청소년이 가지고 있는 우려와 관련해 청소년들이 반박하는 논리와 경험과 말로 이야기를 전하고자 연구를 했습니다.” #발표2 : 청소년 당사자 의견 두 번째 순서에서는 과거 자립팸 이상한나라에서 기본소득을 경험했던 청소년 당사자 ‘니모’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기본소득에 대한 의심과 우려’ 니모님은 당시 기본소득에 대해 의구심과 우려가 있던 대표적인 인물이셨다고 하는데요. 의심할 수밖에 없던 이유로는 기본소득 사업비의 출처와 적격성, 기존의 다른 지원들을 통해 경험했던 사용 증빙에 대한 거부감 등이 있었습니다. 기본소득을 받으며 이 생각에는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기본소득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교육과 토론회도 참석하며 의심은 내려놓게 되었고, 기본소득을 여러 곳에서 시행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기본소득 경험 후 바라는 점이 있다면’ “출국해도 기본소득을 받고 싶어요.” 기본소득을 통해 받은 영향을 니모님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일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되는 삶. 나를 위태롭게 만드는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운 삶. 뭔가를 더 배울 수 있고 마음의 여유가 좀 더 느는 삶. 다만 아쉬운 것은 이상한나라에서 출국하게 되면 더 이상 기본소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기본소득을 경험해보니 증빙이 필요하지 않은 정기적인 현금지원이 굉장히 낯설지만 자기결정을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으로써 가장 효율적인 지원이라는 것을 알게 됨과 동시에, 기존의 다른 지원들과 비교도 할 수 있었습니다. 지출증빙을 필요로 하는 지원사업의 비효율성과 자기결정의 저해 요인들을 찾아낼 수 있었고 ‘인권’과 연결지어 생각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능력도 생겨났습니다.
‘기본소득은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 “기본소득은 내가 살아있으니까 받아야 하는 것” 니모님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권이 몇 가지인지 모르고 살고 있다고 말하며, 기본소득 또한 하나의 인권으로서 보장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기본소득은 자신에게 희망이자,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의미가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발표3 : 기본소득 사업을 운영한 활동가 경험 세 번째 순서는, 자립팸에서 근무했거나 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기본소득 사업을 통해 경험한 현장 변화에 대한 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원칙의 중요성’ 앞서 첫 번째 연구발표시간에 언급되었던 기본소득이 잘 시행될 수 있었던 원동력인 ‘원칙에 충실한 일관된 운영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1. 역할규정과 거리두기 활동가들은 기본소득을 시행하며 자연스레 고개를 내미는 ‘사업 효과를 증명해야 할 것 같은 마음’과 그것 때문에라도 ‘청소년들과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관리자의 입장과 태도를 멈추어야 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청소년과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2. 기본소득을 ‘내 돈’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하기 기본소득의 지급주체(함께걷는아이들)와 운영주체(들꽃청소년세상)를 분리함으로써 활동가-청소년의 관계가 공급자, 수혜자로 규정되는 것을 경계할 수 있었습니다. ‘내 돈’이기에 증빙자료를 요구하지 않고, ‘내 돈’이기에 사용 내역에 관해 묻지 않는 것이 당연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합니다. 3. 기본소득의 영혼 잘 전하기 현장에서는 2018년도에 기본소득 교육과 수다회를 통해 청소년들의 의구심을 해소하며, 기본소득을 권리로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했고 때문에 교육과 수다회를 조건으로 느끼지 않도록 조심했습니다. 기본소득이 우리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체득하는 시간을 통해 교육과 수다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청소년들의 위치’ 청소년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기란 굉장히 어렵습니다. 때문에, 필연적으로 누군가에게 의존하게 되고 그런 관계속에서 약자의 위치에 놓이게 되는데 기본소득을 통해 이런 ‘약자성’을 흔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합니다. ‘공공성의 감각’ ‘선별’이라는 감각에 익숙한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조건을 달아 기본소득을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본소득을 진행하며 선별하지 않는 방식의 장점과 모두에게 필요한 권리라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을 통해 청소년들의 생각 역시 변화했다고 하는데요. 나중에는 자립팸을 나가서도 기본소득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기본소득과 자립 사이의 연결고리’ 기본소득을 도입하기 전후로 자립팸의 모습을 비교했을 때, 전에는 청소년들이 사무실에서 시간을 떼우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돈이 없으니 집과 사무실밖에 갈 곳이 없었던 것이겠죠. 그러나 기본소득을 도입한 후로는 그런 시간들을 하고 싶은 것들로 찾아 채워가는 모습이 보였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잘 의존하며 사는 삶’, ‘선택 가능한 삶’, ‘계획 가능한 삶’에 대한 이야기와 기본소득을 도입하며 현장에 남는 고민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
* 당일 수량이 부족했던 2부 주거권 토론회자료집을 첨부파일로 업로드해두었으니, 함께보실까요?
2부. 청소년과 주거권의 만남 #발제1 : 법·정책의 존재와 부재 첫 번째 발제 시간에는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에서 지난 1년간 국내·외 청소년 주거 지원 정책을 정리한 내용과 그 속에서 발견한 부재에 관한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국내 정책으로는 주거급여 및 공공임대주택과 같은 현물지원과,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의 부처별로 이루어지고 있는 주거지원정책을 살펴보았고 자료집에서 정리된 국내 청소년 주거지원정책의 한계와 문제점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주거정책에 청소년이 과연 포함되어 있는가’ - 몇 가지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면 청소년을 단독적인 주거지원의 대상 또는 주거권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있음 - 보호자의 부양능력이나 양육태도, 자녀와의 관계 등 ‘보호자 중심’이 아닌 청소년의 홈리스 상태가 불러오는 다양한 위기 또는 그들의 주거에 대한 의사를 중심으로 주거 지원 정책이 설계되어야 함
‘시설은 집이 될 수 있는가’ - 시설의 근본적 한계 : 생활자가 아닌 관리자의 편의가 우선됨, 낯선(원치 않는) 사람들과 공동생활을 감수해야 함, 집단생활에 따른 엄격한 규율이 요구됨,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사정 공간 확보 어려움, 보호·치료·비행예방·훈련 등을 위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거처를 부가적으로 제공, 사회적 낙인의 위험
‘나이, 관할부처 등에 따른 차등적 주거지원은 차별이 아닌가’ - 만 18세 이전 : 거주시설 보호 - 만 18세 이후 : 자립정착금, 자립수당 등의 현금 지원, 임대주택이나 자립지원관가 같은 주거공간 입주 - 보건복지부 관할 아동복지시설 퇴소 청소년과 여성가족부 관할 청소년복지 시설 퇴소 청소년의 지원이 각기 다름
‘미성년 또는 만 18세 미만자는 주거에서도 행위능력이 제한되어야 하는가’ - 실종아동 보호의 필요성은 인정되나, ‘실종’이 아닌 당사자의 의사로 탈가정한 경우까지를 포함시켜 보호를 제공한 사람을 처벌 가능토록 하는 것은 탈가정 청소년을 보호의 사각지대로 내몰 수 있음
‘담당 공무원도 잘 모르는 정책을 청소년이 활용할 수 있는가’ - 위기청소년을 위한 특별지원의 경우 담당 공무원들조차 잘 모르는 ‘변방의 정책’이었음 - 관행대로 무작정 거주시설 입소를 권유하는 지원 방식도 문제 - 복잡하게 흩어져 있는 청소년 주거지원 정책들을 통합하여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함
#발제2 : 고민과 실천에 대한 현장 연구
2부 두 번째 순서에는 청소년 보호 시설 중에서 시설이 아닌 주거를 고민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곳들을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발제가 진행되었습니다. 연구의 바탕이 된 인터뷰에 참여한 참여자들은 청소년 일시 쉼터, 지원시설, 시설운영법인, 아동양육시설에서 종사하는 근무자들이었는데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과 청소년의 욕구에 대해 이런 고민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첨부한 자료집을 확인해주세요!) ‘시설의 변화를 요구하는 청소년의 목소리’ 변화된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청소년의 문제제기를 함께 고민해온 곳들에서는 청소년이 시설에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시설이 청소년의 욕구와 목소리에 적응하면서 예민하게 응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실무자들은 현재의 변화와 변화 속에서 관찰한 청소년의 상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1. 살고 싶은 곳, 살고 싶은 사람이 따로 있다고 주장하는 청소년 - 청소년은 살 수 있는 장소에 대한 선택권(다양한 선택지)이 없고 시설에 입소했더라도 위험한 관계에 의존하여 시설을 나가게 되는 현실 2. 쉼터에서 거부당한 청소년 - ‘문제를 일으킬 소지(범죄경력 등)가 있는’ 청소년 입소거부가 빈번히 일어남 3. 어떤 공동생활과 불안정한 거주 - 낯선 누군가와 새로운 공간에서 사는 것의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존재함 - 시설의 규모가 커질수록 개별성을 인정하기 어려워짐 4. 쉼터나 시설 운영 규칙의 변화와 새로운 시도 - 일방적 규칙은 강제적인 성격을 띠며 청소년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 관계를 파괴함
인터뷰 참가자들은 청소년시설에 종사하고 있지만 다양한 고민과 시도를 통해 청소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대안적 주거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대안적 주거에는 어떤 길이 있을 수 있는지 고민하며 두 번째 발제가 마무리되었습니다. #토론
곰곰님의 토론문을 통해 청소년 당사자로서 가정, 거리, 시설을 거쳐 자립팸에 들어가기까지 과정과 경험들을 나누고 적절한 보호 속에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삶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결국, 청소년이 존엄하기 위해 주거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청소년을 만나는 각기 다른 현장의 활동가들의 토론문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탈가정 청소년이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지, 왜 청소년에게 권리로서의 주거가 필요한지, 권리로서의 주거가 가능하게 하기 위해 무엇부터 시도해볼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후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는데요. 토론회에 참석하신 분들 역시 깊어진 고민을 안고 계신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토론회 당일, 낯설지만 절실한 청소년의 기본소득과 주거권을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모으기 위해 150여 명의 다양한 분들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우리의 만남이 여기에서 끝이 아니라, 앞으로 있을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오픈포럼’에서 이어지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모아 청소년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새로운 주거 지원 모델을 개발하고, 청소년이 존엄한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함께걷는아이들 소식 > 청소년 사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7월 포럼, 우리의 고민을 함께 나누다. (0) | 2020.09.17 |
---|---|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청소년 주거 운동, 청년 주거 운동을 만나다. (0) | 2020.08.05 |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2020년의 활동 목표를 이야기 하다! (0) | 2020.05.25 |
[자몽 쏙쏙 톺아보기] 나로부터 시작되고, 나로서 선다. '나로 프로젝트'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 (0) | 2019.10.23 |
[함께기자단이 간다] EXIT 풀 장착 프로젝트 체험기(with K&C 프렌즈 봉사단) (0) | 2019.10.18 |
[2019 자몽] 자몽 네 번째 만남, 소년사법에 대해 알아봅시다! (0) | 2019.08.19 |
[함께기자단이 간다] 청소년들의 든든한 버팀목, 움직이는청소년센터 EXIT 버스 체험기 (0) | 2019.08.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