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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걷는아이들/함께걷는아이들은?

[에세이] 단단한 발판을 만드는 <함께걷는아이들>

by 함께걷는아이들 2021. 2. 15.

나는 여기, 스물다섯까지 뛰어와서 숨쉬기가 벅차다. 어렸을 때 미리 뛰면 어른이 되어서는 걸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주변에 걷는 어른들이 없다. 계속 달리면 모두를 제치고 탁 트인 경치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긴 행렬뿐이다. 잠시 속도를 늦추고 세상을 둘러보려고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앞만 보던 고개는 뻣뻣해져서 주변을 볼 수 없었다. 내 발이 얼마 나 부르텄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스물다섯밖에 안 먹었는데 삶에 질리고, 지치고, 고지식한 어른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런 ‘나’들이 모여 ‘혼자 뛰는 어른들 세상’이 만들어졌다. 이제 어른이 된 내 뒤에서 아이들의 헐떡이는 숨소리 가 들린다. 나는 이 아이들의 손을 잡아끌고, 등을 밀어주면서 ‘혼자 뛰는 어른들 세상’으로 이끌어야 할까.

 

 <함께걷는아이들>은 ‘혼자 뛰는 어른들 세상’을 ‘함께 걷는 아이들 세상’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뒤쳐진 아이들의 등을 밀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앞만 보고 달려가는 세상의 문제점을 꼬집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을 아동·청소년 복지의 중요한 과제로 본다. 아이들의 개별적인 성장을 넘어 ‘사회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연구와 현장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건강한 사회를 만 들겠다는 미션에서<함께걷는아이들>이 지향하는 바가 잘 드러낸다. 


 나는 한 달간 음악팀에서 아이들에게 ‘음악’ 자원을 제공하는 과정을 함께하면서, <함께걷는아이들> 팀원들이 아이들 개개인에 관심을 갖고 강사들과 자주 소통하며 , 아이들에게 유익할만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모습들을 자주 목 격했다. 각 업무들은 단순히 가정을 후원을 하거나 입시에 도움을 주는, 또는 연주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진심으로 음악활동을 즐길 수 있는 ‘환경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땅을 다지고, 구멍 난 곳이 없는지 끊임없이 확인하며 안전하고 단단한 발판을 만 드는 것이다. 이 과정이 다른 지역, 다른 기관과 연계된다는 점에서 정말 조금씩이나마 ‘세상’을 구축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의 생각보다 훨씬 섬세하고 성숙한 존재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를 보호하고 이끌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그들이 스스로 걸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주체’임을 종종 잊곤 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 어른 이 이끌어줘야 하는 수동적 존재로만 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아동복지분야의 궁극적인 목표는 그들이 ‘주체성’을 가지고 낯선 세상에 안전하게 발을 디딜 수 있도록 단단한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함께걷는아이들>은 이 목표를 향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혼자 뛰던 나는 늘 속도를 줄이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함께 걷는 세상’을 지향하는 어른으로서 지금의 뜀박질을 멈 추지 않기로 다짐했다. 전보다 다른 점이 있다면 ‘혼자 뛰는 어른 ’이 아니라 ‘함께 뛰는 어른 ’이라는 것이다. 2021년 한 해 동안 팀원들과 함께 뛰며 함께 걷는 아이들 세상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

 

작성자: 신준영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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