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의 유연함"인,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도입에 비해 “근무장소의 유연함”인 [원격근무]를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2020년의 코로나 상황이 오기 전에 [함께걷는아이들]은 1년에 10주의 원격근무 기간이 있었다. 여름 혹서기 5주와 겨울 혹한기 5주는 원하는 장소(집이든, 집 근처이든)에서 근무할 수 있는 제도였다. 너무 덥고 추워 출퇴근이 힘든 것을 고려한 것이기도 했지만 방학 중 자녀의 케어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10주를 완전하게 활용하기에는 모든 파일, 서류, 컴퓨터 등이 사무실에 있어서 10주 중의 며칠 정도 활용하는데 그치기도 하였다. 

 

코로나의 공격과 구글시스템의 도입

원격근무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게 된 것은 코로나로 인해서이다. 코로나가 밀어닥친 2020년 초에 재단은 구글 Guite를 도입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였다. 생각보다 이전의 업무 방식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아서 본격적인 실행을 못하고 있던 중 코로나가 터진 것이다. 재택의 필요성이 높아졌고 재택을 하자니 문서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서로 공유하고 소통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당연히 따라와야 했다. 직원들 전체가 같이 교육을 받고 담당자가 열심히 세팅해주고 직원들은 열심히 이를 받아들였다. (교육해준 생명의숲 이현아 처장님, 수고한 담당자 김나희 팀장님_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합니다.) 그 당시 5명이었던 인턴 샘들이 구글을 구글 드라이브, Gmail, 구글 문서 이런 식으로 하나씩 공부하여 직원들에게 브리핑해주었다. (http://asq.kr/y1sqx2 포스팅 참고) 아무래도 젊은 세대의 습득이 빠르다 보니 인턴샘들의 기여가 컸다. 그들의 설명을 사무국장인 내가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으면 모든 직원이 적응 가능하겠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하여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구글 시스템이 안착되었고, 재택할 때 서류를 찾아 헤매는 불편함이 줄어들었고, 떨어진 공간에서 작업해도 큰 어려움이 없게 (오히려 효율적인) 되었다.  

너무 애용하게 된 구글

원격근무의 본격적 도입

2020년동안 코로나 확진자가 오르락내리락할 때마다 많은 곳들이 문을 닫았다 열었다를 반복하였다. 우리 재단의 경우, 코로나가 처음 휘몰아친 20년 3월에  “위기관리계획”을 세우고 그 안에 직원의 근무형태를 유연하게 하는 임시 규정을 포함시켰다. 코로나 단계가 변하는 것과 상관없이 재택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하였다. 2020년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이 기회에 원격근무를 코로나와 상관없이 전면적으로 도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입 이유 첫 번째는 원격근무를 실제로 시행해보니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거나 업무소통이 어렵다거나 하는 우려사항은 그다지 발생하지 않았다. 직원들의 출퇴근은 온라인 근퇴 어플을 도입하여 해결하였고(우리는 커먼스페이스라는 어플을 쓴다.) 소통은 슬랙으로 원활히 하였으며, 부서별 주간회의를 정례화하도록 하였다. 두 번째는 사무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비용을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 한 명이 고정 책상과 공간을 필요로 하던 기존 시스템에서 근무하는 공간이 집으로 옮겨지면 사무실의 업무 공간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좀 더 효율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하반기에는 재단의 “원격근무규정”을 마련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기간을 거쳐서 2021년에 본격적으로 원격근무를 도입하게 되었다. 

 

실무책임자 입장에서의 소회 

사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전격적으로 원격근무를 도입할 용기를 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원격근무를 반강제적으로 실행하게된 시간이 그 용기를 내도록 해주었다. 원격근무는 어디서든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시스템들과 맞물려 도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코로나는 우리에게 기회가 되었다. 막상 도입해보니, (많은 일들이 그러하듯) 생각보다 우려할 일은 없었다. 좀 아쉬움이 있다면 직원들과 좀 멀어진 거 같은 느낌? 얼굴 볼일이 자주 없다 보니 사적인 얘기를 나눌 일도 그만큼 줄어들고 소통의 대부분이 업무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쉽다. 비용적으로 보자면 사실 엄청난 경비 감소의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는 실평수 30평 정도가 되는 사무실을 2개 쓰고 있었는데 하나를 정리하고 방 하나로 축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원격근무를 기본으로 하는 직원들은 개인 책상과 자리를 없애고 공유 공간을 활용하도록 하였고(이때 직원들에게 가장 미안했다. 하지만 사실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사무국장인 나에게 가장 큰 변화였다.) 내근을 기본으로 하는 직원들에게만 개인 책상을 줬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원격근무자들은 사무실에 나오면 일하기에 편하지 않게 되었고, 자연히 재택이 기본 업무 공간이 되었다.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직원들 간의 소통이다. 부서별로, 직급별로, 업무별로 서로 소통하고 챙기는 일들이 잘 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을 지속하고 있다. 아직까지 원격근무는 실보다 득이 많다는 것이 지난 1년 반 기간 실천의 소회이다. 

 

원격근무자로서의 소회

근로자로서 원격근무는 거부할 수 없는 장점과 아쉬운 단점이 공존한다. 장점을 먼저 얘기하자면 출퇴근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 아무래도 가장 크다. 출퇴근하며 준비하고 이동하는 시간이 하루에 최소 3시간은 필요하다. 그 3시간이 나만의 시간으로 돌아와서 나는 주로 이 시간에 요리를 하게 되었다. 평일에는 사먹거나 시켜먹던 저녁을 차려먹게 된 것이다. 자녀들이 온라인 수업을 할 때도 함께 점심을 먹을 수 있어 (힘들었지만) 다행이었다. 집안의 개인적인 일을 보는 것도 이전에 비해 수월해졌다. 우리가 도입한 출퇴근 어플에는 “자리비움”이라는 기능이 있다. 잠시 업무 외의 다른 일을 허용하는 시간이다. 잠시 근처에 일을 보러 가거나 자녀 관련된 일을 보아야 할 때 “자리비움”을 누르고 다녀올 수 있어서 일을 하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났다. 시간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된 셈이다. 또 다른 장점은 엄청난 집중도이다. 물리적으로 날 방해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업무의 효율이 엄청나게 올라갔다. 

사실은 단점도 많은데, 일단은 건강에 안좋은게 가장 크다. 출근을 할 때보다 움직임이 현격하게 줄어들었고, 사람들을 온라인으로만 만나다 보니 정신건강에도 별로 안 좋은 거 같다. 컴퓨터 메신저와 서류로만 얘기하고 입을 한 번도 열지 않고 하루가 가는 날도 있다. 나는 이를 좀 보완해보고자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는데, 나의 스마트워치가 하루에도 나에게 “너무 오래 앉아계셨습니다”를 수도 없이 알람 한다. 업무 집중의 장점이 단점으로 발휘될 때이다. 일어서 봐야 갈 곳이 없어 잠시 베란다에 나갔다 오는 게 전부일 때가 많다.(원격근무 이후로 화초를 키우기 시작했다.) 일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이 일치하다 보니, 업무 “끝”을 하는 게 쉽지 않을 때도 있다. 바쁠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하다 보면 밥시간이 훌쩍 지나있을 때가 있고 컴을 과감히 닫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원격근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올해부터는 일부러 일하기 전에 산책 한번, 일이 끝나고 나서 다시 산책 한 번을 한다. 전환의 시간이랄까. 아무리 집에서 혼자 일해도 기본적인 세수와 복장은 갖추려고 노력한다. 마음가짐이랄까. 그리고 아무래도 사무실에서 절감된 비용이 개인들에게 부과되기도 한다. 어쨌거나 내 집에 업무공간이 들어서야 하고 전기도 써야 하며 사무용품들이 하나씩 자리 잡게 되니 말이다. 아, 그런데 출퇴근 교통비는 절감되니 손해는 아닌 건가?

 

이러한 많은 장점에도 가끔 우리가 원격근무로 뭘 놓치고 있는 것은 없나? 여러 번 자문한다.  우리가 각자 자기 집에서 일하지만 우리 재단의 이름처럼 “함께 걸어가는” 과정에 문제가 없는 건지 말이다. 코로나가 완전히 사라진 이후에도 우리의 원격은 지속될 테니 그때 한번 더 평가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