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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기자단 기사

고교학점제, 자신을 위한 선택

by 함께걷는아이들 2021. 11. 23.

사진출처: 교육부 홈페이지 <고교학점제>

  고등학교 수업을 생각하면, 하루 종일 같은 교실에서 같은 반 친구들과 수업을 듣는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고등학교에서도 대학교 수업 방식과 비슷하게, 학생들이 직접 시간표를 짜고 각자 시간표에 따라 수업을 듣게 된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란, 학생이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바탕으로 진로,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 누적하여 졸업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자신이 듣고 싶거나 진로에 맞는 수업 위주로 직접 시간표를 짜고, 각자의 시간표에 따라 교실을 옮기면서 수업을 듣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고등학생들은 주어진 교육과정에 따라 같은 수업을 들었지만,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수업을 듣게 된다. 성취한 등급에 상관없이 과목을 이수할 수 있었던 기존과는 달리,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목표한 성취 수준에 충분히 도달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과목 이수를 인정해줌으로써 배움의 질을 보장한다. 또한 기존 고등학교에서는 출석 일수로 졸업 여부를 결정했지만, 고교학점제에 따라 학생들은 누적된 과목 이수 학점이 졸업 기준에 이르렀을 때 졸업할 수 있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학교의 비율을 2022년 84%, 2023년 95%, 2024년 100%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2025년에는 고교학점제를 모든 고등학교에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2025년 이전에는 고교학점제의 핵심인 성취평가제와 미이수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학점제의 조기 도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일반계 고등학교가 2023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것은 전면 도입에 앞서 고교학점제의 일부 요소를 미리 도입함으로써 학교현장의 안정적인 준비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고교학점제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 개개인의 진로와 적성에 맞춰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획일적인 교육 시스템으로 인해 학생의 학습 동기와 흥미를 유발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고교학점제의 경우 학생이 스스로 시간표를 짤 수 있어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고, 학생 맞춤형 교육을 실현함으로써 학습 동기와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학교에서 잠만 자거나 의욕이 없는 학생들도 수업을 포기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함께 고민하며 진로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고교학점제를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배움이 무엇인지를 찾으며, 진로를 스스로 개척하고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공부하는 게 아닌, 스스로 진로를 설계하고 그에 따라 주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최소 수준을 넘어야 학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본기가 부족한 학생들은 보충 수업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어느 수준 이상의 학습이 보장되기도 한다. 기존의 암기 중심의 공부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진로에 실제로 도움이 될 만한 수업 형태라는 장점도 있다. 

  학생 개개인의 다양성을 지원하기 위해서도 고교학점제가 필요하다. 학습의 속도도 목표도 다른 학생들을 수직적으로 서열화하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저하시킨다. 고교학점제는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자율성과 결정권을 존중하며, 다양한 능력과 적성을 가진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사진출처: 교육부 홈페이지 <고교학점제>

 

  고교학점제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시행했을 때 우려되는 점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고교학점제를 소화할 수 있는 기반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택과목의 종류가 다양해질수록 수업할 선생님과 교실이 부족해지며, 선생님 한 명이 담당하는 과목 수와 업무량이 훨씬 늘어나 수업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는 인프라가 훨씬 열악한 비수도권을 비롯해 모든 학교가 고교학점제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어려움을 보여준다. 

  사실상 2023년부터 적용되는 고교학점제와 달리, 대학 입시 방식은 2028년부터 새로 바뀌는 것 또한 문제다. 입시에 대한 대책 없이 지금 상황에서 고교학점제만 도입하는 것은 혼란만 가져올 뿐이다. 2023,2024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대학 입시를 지금처럼 준비하되 학교 수업은 고교학점제에 맞춰 들어야 하기 때문에, 교육부의 실험대상이 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학교 수업을 따라가면서 입시를 따로 준비하게 된다면 사교육 의존도가 더 커지고, 그에 따라 지역·소득별 학력 격차도 커질 우려가 있다.  

  진로를 찾아가야 할 학생들에게 오히려 부담감과 압박을 줄지도 모른다. 갑자기 이른 나이에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거나, 진로를 정하지 못한 학생들은 친구나 부모님의 결정에 따르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고교학점제가 너무 일찍부터 진로를 정하라는 부담으로 다가와,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개인별로 시간표가 나뉜다면 반 친구들끼리 느끼는 연대감이 줄어들어 반 개념이 모호해질 수도 있다. 공부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배우는 학교에서, 사회성과 소속감을 느낄 수 없다면 세상이 점차 개인화되지 않을까?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만큼, 단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 선생님과 교실 등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희망 학생이 적어 해당 수업을 개설하기 어려운 경우, 여러 학교가 공동으로 과목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공동 교육 과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공동교육과정은 학생이 자신의 적성과 진에 맞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학교 간 수업을 공유함으로써 최대한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내가 다니는 학교에 듣고 싶은 수업이 없어도,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해당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오프라인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경우에는 온라인에서도 활용할 수 있으며, 현재 시행 중인 학교가 있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인프라 부족 외의 또다른 문제도 극복해갈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이제는 획일화된 교육보다는 개인의 특성에 맞춘 교육이 필요한 때다. 고교학점제를 통해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미리 고민해보고, 자신을 위한 공부와 진로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주어진 교육과정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존재였던 학생들은 고교학점제를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수업을 스스로 선택하고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 나가는 자기 주도적인 존재로 변화할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며 대학 외에 취업이나 창업 등 다양한 기회를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주체적인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참고자료

▶ 고교학점제 홈페이지 https://www.hscredit.kr/index.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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