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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걷는아이들/소식지_함께걸어ON

[2022 겨울호] 그리고 청소년 주거권

by 함께걷는아이들 2022. 1. 17.

누군가에는 평안한 안식처, 자유로움이 있는 집이 누군가에게는 무섭고 살고 싶지 않은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가족의 경제력에 종속되어 아동·청소년은 집이라는 공간에서 폭력이나 방임, 차별을 경험하기 쉽습니다. 집을 나온 청소년들에게 한국 사회는 가정으로 돌아가라고 하거나 시설에 머무르라고 말합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집으로 다시 돌아가거나 규칙과 제한이 가득한 집이라 부를 수 없는 시설에서 청소년들은 행복할 수 있을까요?

 

“저에게 집은 저를 무시하는 한숨들이 가득했고, 이유 없는 신체적 폭력이 일상인 곳이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집보다 길거리가 더 안전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집을 나왔었어요.”

“돈도 없고, 갈 곳도 없어서 쉼터를 가려고 했는데, (주변 지인들이) 다 말리는 거예요. 어떤 사람과 지낼지, 어떻게 지낼지 모른다는 이유로요. 저도 생각해보니 그렇게 밀접한 단체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와는 다른 사람일 테니까요.”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활동가들이 만난 11명의 청소년 인터뷰 답변 중에서

 

청소년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를 선택하지 않았을 때 그 청소년은 폭력과 위험에 노출되는 거리를 헤매거나 20살 넘은 지인의 명의를 빌려 집을 구하거나, 나이를 속이고 계약할 수 있는 고시원과 같은 곳에 살게 됩니다. 이 사회는 청소년이 집을 떠나는 그 순간 삶에 필수적인 사생활, 안전, 건강 등 너무나 많은 것을 포기하게 합니다. 청소년의 주거 위기는 곧 청소년 인권과 권리의 위기로 이어집니다. 

 

“탈가정한 청소년이 어찌 됐건 생계를 위해 임금 노동을 해야 되는데 그게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한다거나 뭔가 여러 가지 위협에 노출되거나 하잖아요. 불안정한 주거와 불안정한 노동, 성매매와 성 착취 피해가 연결되는 것 같아요.”

“제가 지원하는 이 중에 만 19세가 안 된 분이 아파서 응급실에 간 적이 있어요. 부모 동의 없이 미성년자는 응급실 진료가 안 된다는 거예요. 응급실은 특히 긴급한 치료가 필요해 가는 곳인데 부모 동의 없이 진료가 안 되는 이 상황 자체가 너무 씁쓸한 거야.”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수다회에서
 

다양한 이유로 새로운 집을 찾아 떠나는 청소년이 집을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일상이 무너지는 경험을 해서는 안 됩니다. 일상을 되찾기 위해 집을 떠난 청소년이 일상을 누리고 유지할 수 있도록 청소년 주거권이 긴밀하게 논의되어야 합니다. 

 

집은 공간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다양한 의미를 지닙니다. 청소년도 자기 공간에서 소소한 일상과 여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공간의 주체가 되기 어려운 청소년에게 자유롭고 편안하게 ‘내 집’에서 안식하며 사는 권리가 주어지는 세상이 얼른 오기를 바랍니다.

 


청소년에게도 집다운 집을! 

 

탈가정·거리 청소년, 청소년 성소수자, 학교 밖 청소년, 성폭력 피해 생존자, 장애 청소년 등 위기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을 직접 지원하는 현장 단체, 청소년 주거권에 관심 있는 인권사회단체 활동가, 연구자, 법률가, 청소년 당사자가 모여 2019년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를 시작했습니다.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는 청소년의 외침을 사회에 전달하기 위해 주거권 정책을 검토하고 청소년의 말을 정리하고 정책을 제안하고 캠페인과 아카이빙을 진행했습니다. 

작년 10월에는 청소년 활동가들과 한자리에 모여 청소년 주거권과 ‘소소한 일상’, ‘시설’, ‘퀴어한 삶’, ‘청소년 인권’, ‘가족’이라는 흥미로운 5가지 주제로 나누었던 수다의 내용을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에 연속으로 기고 했습니다. 기고문을 읽으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찾아보기를 바랍니다.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2144%20

 

www.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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