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63, 현재 체중 47, 목표 체중 38.
정말 ’개말라 인간‘이 되고 싶은데 같이 독하게 조이실 분 있으신가요.’
우리는 트위터에서 이러한 글의 종류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상상 그 이상으로 마른 몸매를 가지고 싶어 먹기를 거부하는 사람들. 그들은 바로 ‘프로아나족’이다.
늘어나는 국내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
최근 수년간 국내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의 증가세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국민 관심 질병 통계(보건 의료빅데이터 개방시스템, 2020)에 따르면 국내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이고, 2016년 2,702명에서 2020년 4,280명으로 5년 사이 약 63% 증가하였다. 2020년 기준 요양 급여비용 총액 중 10대 청소년 진료에 든 비용이 42.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고 20대가 25.3%로 그 뒤를 이었다. 또한, 모든 연령층에서 남성보다 여성 유병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 수치는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진단받은 환자들을 기준으로 조사된 점을 고려한다면, 식욕부진증을 호소하는 10대 및 20대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이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급식 및 섭식장애의 하위 유형으로, 이 신경성 식욕부진증이 급증한 유병률에는 일종의 하위문화로서 극도의 마름을 열망하는 현상인 ‘프로아나’가 영향을 주고 있다.
프로아나가 뭐예요?
프로아나란, 찬성을 뜻하는-Pro, 거식증-Anorexia에서 딴 합성어이자 신조어로, 거식증의 식습관을 찬성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그들은 극단적으로 마른 몸매를 매우 동경하며, 상당수가 건강보다 마른 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근 유투브, 트위터 및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프로아나’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기 뼈가 앙상하게 다 드러난 몸매를 찍어 사진으로 게재하기도 하며, 더 나아가 극단적인 식이 방법과 프로아나 식 다이어트를 함께할 사람을 찾는 글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이들은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일명 ‘프로아나 족’으로서의 정체성을 발전시키기도 한다. 특히 그들은 ‘개말라(매우 마름)’, ‘뼈말라(뼈만 남게 마름)’, ‘씹뱉(씹고 뱉기)’, ‘먹토(먹고 토하기)’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그들끼리 단결을 다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프로아나 집단 내에서의 상호작용이 프로아나 정체성 형성 및 유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단독적인 다이어트 행위가 아닌 연결성을 지닌 다이어트 행위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더 크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프로아나로부터 빠져나오고자 해도, 다른 프로아나 족의 동조, 마른 몸에 대한 칭찬들 때문에 그들은 마치 가두리 안에 갇힌 물고기 신세인 것이다.
프로아나 확산 배경
프로아나 확산 배경은 복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으로 날씬함을 무의식적으로 강조하는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상황이고, 가늘고 얇은 몸매를 가진 인기 연예인들이 등장하면서 10대와 20대 사이에서도 ‘스키니 몸매’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앞서 언급한 미디어다. 미디어의 발전과 활성화로, 마른 사람은 자기관리 잘하는 사람, 통통한 사람은 게으른 사람으로 비추는 방송의 영향이 컸다. 이뿐만 아니라, 카페 및 블로그를 통한 사람들과의 교류 역시 프로아나 확산을 부추겼다. 결국, 이러한 모든 상황이 예쁨의 척도=마름이라는 공식을 성립하게 하는 것이다.
프로아나에 걸린 아이들
아이들은 잘못된 미의 기준으로 인해 극심한 마른 몸매 강박증에 걸리게 되었다. 다음은 프로아나에 걸린 20대 A양의 생활방식이 담긴 인터뷰 부분이다.
“시리얼, 아이스크림, 빵, 한 박스를 다 먹거든요. 통으로 된 거 하나 사서, 앉은 자리에서 그냥 다 먹어요. 근데 그렇게 먹고 나면 내가 먹을 걸 또 참지 못했다는 그런 혐오감이 생기게 되는 것 같아요. 대학교에 오고 나서는 밥을 먹은 기억이 없어요. 극단적 다이어트를 했고, 무리하게 안 먹다 보니, 그게 나를 이렇게까지 괴롭혔고, 정상적인 일상생활 유지가 안 된다는 걸 느꼈어요.”
또 다른 프로아나 4년 차 10대 B양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키는 160 초반이고, 몸무게는 36∼37㎏이에요. 작년에는 먹토(먹고 토하기)를 했었거든요, 요즘엔 안 하고. 씹뱉(씹고 뱉기)은 좀 쉽잖아요. 그래서 몰래 해요. 10일 동안 안 먹었던 적도 있었고, 변비약 그리고 구충제를 먹었어요. 몸 사진을 올렸는데 거의 찬양하듯이 '부럽다''너무 멋있어' 이러는데. 만약 내가 살이 찌면 자존감도 뚝뚝 떨어질 것 같고...”
이렇게 많은 아이들은 자기 몸을 학대 수준으로 대하고 있었으며, 상당수의 아이들은 생리불순, 탈모, 자존감 저하, 우울감 등의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었다. 특히 성장기 청소년의 경우, 저체중 현상이 지속된다면 뇌 발달 저해, 감염질환 취약, 골다공증 등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먹토’의 경우, 역류성 식도염 및 위염을 불러일으켜 그 상태가 더욱 심각해지고 만다. 이렇게 프로아나는 다양한 건강 문제를 유발하는 것이다.
프로아나 확산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주자
거식증이 자신의 건강에 큰 위협을 끼치는 위험한 병인 것을 알면서도 정당화하는 아이들. 마르고 날씬하다는 것이 주는 잘못된 성취감으로 인해 아이들의 몸은 망가지고 있다. 우리는 프로아나에 걸린 아이들을 지켜줘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 영국에서는 프로아나 해시태그를 규제하자는 청원이 열렸던 적이 있었고, 프랑스에서는 포토샵 및 보정된 게시물에는 보정 여부 표기를 권고하기도 했다. 또한, ‘마른 몸만이 아름다운 것이다’라는 생각을 바꾸기 위해 2018년 11월 서울 연희동 예술극장에서 ‘제1회 사이즈 차별 없는 패션쇼’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렇게 각국의 사회들은 잘못된 미의 기준을 탈피하고 아이들을 보호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프로아나를 극복하는데 중요한 핵심은 바로 보호자의 관심이라 말할 수 있다. 아이가 밥 먹기를 거부하지는 않는지, 체중계에 올라가는 등 몸무게 강박관념에 갇힌 모습을 보이는지 유심히 보아야 한다. 만약, 이미 거식증에 걸린 증세를 보인다면, 그들을 이해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왜 프로아나 족이 되었는지, 그들의 심리 상태는 현재 어떠한지, 어느 정도로 심각한 수준인지 파악해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흔히 거식증은 마음의 병이라고도 일컫는다. 자신의 치료 의지가 있다면 언제든 서서히 나아질 수 있는 병이다. 우리 아이들이 프로아나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도록 우리 역시 큰 관심을 두며 도움을 주어야 한다.
▷함께기자단 6기 기자 신은수
<출처>
-임하진, 임유하, 신주연. (2021). 빅데이터에 나타난 ‘프로아나’에 대한 동향분석: 국내 포털 및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상담학연구, 22(4), 51-75.
-끝없는 먹토·씹뱉·폭토…‘163㎝·38kg 목표’ 프로아나族,
https://shindonga.donga.com/3/all/13/2167071/1
청소년 말 인용
a양의 인터뷰: -비만치료용 식욕억제제, 이렇게 막 처방한다고?
https://www.youtube.com/watch?v=qgLxTCnJ5do&t=462s
b양의 인터뷰: 마르고 싶어 ‘먹토’'…10대에 번지는 ‘프로아나’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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