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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기자단 기사

<어린이는 언제나 나를 자라게 한다> 서평

by 함께걷는아이들 2022. 10. 12.

 <어린이는 언제나 나를 자라게 한다>라는 책을 발견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기존에 <어린이라는 세계> 서평 기사를 읽고 어린이와 관련된 책의 서평을 써보고 싶은 마음에 이번 기사를 작성하게 되었다.

 

 사실 나도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현재는 어른이 되었다. 어린이 시절에는 어른을 이해하지 못했고, 어른이 되자 어린이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제목부터 매우 강렬했다. 어린이가 어떻게 책의 작가를 성장하게 만들 수 있었는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허밍버드

 <어린이는 언제나 나를 자라게 한다>는 총 3장으로 이루어진 에세이이다. 김연민 작가는 초등학교 교사이자, 교육미디어 에듀콜라와 인스타그램 학교한줄을 운영 중이다. 매일 어린이와 부대끼며 살아가는 교사의 생활과 아이들에 대한 생각을 담은 대화와 이야기는 따뜻하고 사려 깊게 느껴진다.

 

작가는 책의 초반부에 자신이 어떤 어린이였는지를 고백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냥 가기 싫어서요.”

그렇게 말하고 떠나는 아이의 눈동자에서 굉장히 익숙한 무엇인가를 보았다. 집에 오는 내내 그 아이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다음 날부터 좀 더 찬찬히 학생들을 관찰했다.

 

집의 어둑함이 싫어 학교를 배회하는 아이

외로운 마음에 친구들과 어울려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아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해 에너지를 장난기로 발산하는 아이

온통 겁먹어 질려버리기 직전의 아이가 보였다.

(p.17-p.18)

 

 

 교사이기 이전에 한 명의 어른으로서 김연민 작가는 앞서 언급한 각기 다른 아이들이 모두 자신이었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현재 자신이 마주한 아이들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왜 집을 가기 싫어하는지, 왜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무언의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이해해보려 노력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학교 안뿐만 아니라 학교 밖의 아이들에게도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학교라는 교육기관을 다니지 못하는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까지도 세상 사람들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작가의 말처럼 비록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일에 신경 쓰는 것은 쉽지 않지만, 어린이는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가 모르는 아이더라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요즘은 월요일 아침에 되면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내가 지난 주말에 겪은 일을 들려준다. 경험한 것과 감정을 들려주며 혹시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낀 사람이 없는지 묻는다. … 내 대답을 듣기 전에 학생들끼리 토론하며 난리가 난다. 그다음 주가 되면 우리는 지난주에 서로 추천해 준 음식 이야기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꺼내며 시끌벅적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p. 196)

 

 

 나도 초등학생이었던 때를 되돌아보면 아침마다 담임 선생님이 나를 비롯한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던 것이 생각난다. 비슷한 맥락에서 매일 일기를 써서 제출하면 선생님이 정성스레 답을 달아주던 기억도 떠오른다.

 

 아이였을 때는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에 더 솔직하다. 하나의 주제만 던져주면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자기 의견을 꺼내고 말하기 시작한다. 언젠가부터 어른으로 자라며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동심과 솔직함은 마음 깊숙한 곳에 묵혀두고 숨기게 된다. 그러나 어린이의 마음으로 살아서 나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자아’가 깨어나면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것들이 과연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는지 자각하게 된다. 능동적으로 ‘살고’ 있나, 누군가를 위해 ‘살아주고’ 있나. … 대부분의 학생들은 스스로 결정하고 의지를 가지고 실천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도움이 필요하다. 여기서 표현하는 도움도 행위의 도움이라기보다 지켜봐주고 격려해주는 심리적 도움이다. (p. 201-p. 202)

 

 

 우리나라 아이들은 대부분 무엇이든 빠르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어릴 때부터 가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유독 또래 친구들보다 모든 것이 느렸다. 그러나 사회 자체가 빠름을 요구하기 때문에 스스로 어떤 결정을 내리는 데에 있어서 힘들었다.

 

 이 구절을 읽고 스스로 결정하는 힘이 장차 어른이 되기 위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요소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옆에서 꾸준히 지켜보면서 심리적으로 지지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아이들은 무척 여린 마음을 가지고 있고 각자 필요한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도 장차 아이들 옆에 서서 지지해주는 든든한 어른이 되고 싶다.

 

 

ⓒ유 퀴즈 온 더 블록

 위의 사진은 토크쇼 형식의 프로그램인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방송 장면이다. 어린이가 나와서 어른들에게 인생 10년 차는 어떻냐는 질문을 받고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대답을 하고 있다. 나는 이 장면이 <어린이는 언제나 나를 자라게 한다> 책에서 김연민 작가가 강조한 메시지인 어른은 아이에게 배울 점이 많다는 것과 연관이 된다고 보았다.

 

 이 책을 통해 오히려 어린 나이임에도 배울 점이 많은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른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아이들은 발견해낸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 아래 어른도 여전히 아이만큼 미성숙하고, 그렇기에 어른은 아이를 통해 역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얻는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인터뷰를 일부 인용해보고자 한다. 어른은 가르치고, 어린이는 배우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서로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존재다.’ 김연민 작가의 이 말처럼, 우리는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 서로 소통하고 존중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함께기자단 6기 이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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