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 준비 청년(보호 종료 아동)’은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등의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되어 홀로서기에 나서는 청년을 말한다. ‘보호 종료 아동’이라는 명칭 대신에 ‘자립 준비 청년’이라는 명칭을 선호하는 이유는 ‘보호 종료 아동’이라는 말 자체가 부정적이고, 수동적이며, 청년과 아동을 분리해서 청년과 관련된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자립 준비 청년’이라는 명칭을 선호한다. ‘자립 준비 청년’은 기존에 만 18세가 되면 독립을 해야만 했다. 그런 그들은 아직 독립하기에는 어린 나이였다. 그래서 정부는 21년 12월 아동 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해 22년 6월 22일부터 보호 대상 아동의 의사에 따라 만 24세가 될 때까지 보호가 연장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보호 대상 아동의 보호 종료 이후 자립을 지원하는 시도별 전담기관의 설치·운영기준도 마련했다.
‘자립 준비 청년’을 위한 복지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면 금전적 지원정책, 주거 지원정책, 심리/정서 지원정책, 진학/취업 지원정책, 그 외의 정책으로 나눌 수 있다. 금전적 지원정책은 자립 정착금, 자립 수당, 디딤씨앗통장, 자립 준비 청년 대상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자격 완화, 건강보험에 가입한 자립 준비 청년의 의료비 본인부담금을 기초 의료보장 수준으로 지원 예정이 있다. 심리 정서적 지원정책은 자립 지원 전담 인력 배치, 자조 모임 ‘바람개비 서포터즈’, 청년마음건강바우처 우선 지원 대상에 자립 준비 청년 포함이 있다. 주거 지원정책은 LH 공공임대 지원 대상에 보호 연장 아동 포함, 보호 종료 아동 맞춤형 주거 상담 지원이 있다. ‘자립 준비 청년’을 위해 여러 정책이 많이 논의되고 있고 개선되고 있지만, 현재 정책은 금전적 지원, 주거 지원 정책에 많이 치우쳐져 있는 상태이다. 금전 지원, 주거 지원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심리 지원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
자립 준비 청년은 보호가 종료된 후 의지할 인간관계가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고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자립 준비 청년들의 자립 수당을 노리고 검은 손들이 다가오고 청년들은 자신을 도울 거라는 믿음 때문에 쉽게 넘어가게 된다. 정부는 자립 지원 전담 요원을 배치하고 있지만 전담 요원이 담당하는 자립 준비 청년들은 여러 명이기 때문에 감당하기가 힘들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호 종료 아동 대상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호 종료 이후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비율이 50%가 되었다. 자살을 생각하게 된 이유는 가정생활 문제, 경제적 문제, 가까운 사람의 죽음 등 정서적 이유가 있었고 경제적인 문제가 심리 정서적 어려움과 연관이 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립 준비 청년은 자신이 진심으로 믿고 의지하면서 조언을 구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즉, 관계와 지지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물리적 자립 물품 지급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집을 어떻게 구하고, 돈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독립생활의 구체적인 경험을 듣고 그것을 실천할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관계와 지지에 대한 정책이 필요한 것은 알겠지만 이것을 어떠한 정책으로 나아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그들이 정말 필요할 때 찾을 수 있는 관계의 지속적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다음은 자립 준비 청년의 심리 정서적 정책 발전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이다.
첫 번째, 자립 준비 청년의 사례관리를 집중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인력 확충이 절실하다. 국회 입법 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자립 지원 전담 요원은 모두 267명이고 이들이 돌봐야 하는 아동, 청소년의 수는 2만 2,807명이었다. 보고서는 “자립 지원 전담 요원 1명당 85.4명의 보호 대상 아동 및 보호 종료 청소년이 배정되어 있어 보호 종료 이후의 촘촘한 자립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자립 지원 전담 요원의 소수의 자립 준비 청년을 담당하고 지원할 수 있다면 전담 요원과 자립 준비 청년 사이의 사회적 관계 형성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자립 준비 청년의 사회적 관계 형성을 위한 정책 다각화가 필요하다. 현재 정부 사업 중에서 자립 준비 청년 내의 멘토링 성격의 자조 모임인 ‘바람개비 서포터즈’가 있다. 그리고 여러 민간단체와 지자체에서는 퇴직 공무원, 공무원과의 멘토링 사업을 시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멘토링 사업은 일시적이다. 자립 준비 청년은 지속해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하다. 그들이 수혜자 기능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소통할 수 있는 장치가 정책적 측면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또한 그들이 자립 이후에 형성되는 만남의 기회 위주 정책이 아니라 자립 이전부터 지속적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 형성이 필요하고 자립 이후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지지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세 번째, 자립 준비 청년은 자립하기 이전부터 자립 준비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자립 준비 청년은 자립이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되었다. 자립 준비 청년이라고 구분되는 시기부터 자립을 준비하게 되는 것은 심리적으로 큰 압박감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심리적 압박을 대비할 수 있게끔 도와야 하며, 자립 후 생활에 대한 실질적 교육도 이전부터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은행 이용법, 예·적금 관련, 성교육, 범죄 예방 교육 등 혼자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일들과 그에 대한 대처법들을 구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체계적 교육과 멘토링이 필요하다. 이러한 교육을 아동양육시설 내에서 의무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에서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네 번째, 시설 사각지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보통 ‘시설에 들어가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하지만 사실 시설 안에도 문제점이 많다. 실제로 시설에 살았던 청소년은 시설이 집다운 집이 아니라 폐쇄병동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시설에 가면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사람이 한 장소에 있어서 쉬는 시간이나 씻는 시간이 정해져 있고 외부 사람들과의 접촉도 별로 없으면서 핸드폰 사용 제한도 있다. 병원에 가면 무조건 아픈 곳이 없다고 말을 해야 하고 만약에 아프다고 하면 의료비가 많이 나가서 아프다고 말도 못 한다고 한다. 퇴소 전 자립프로그램이 있지만, 프로그램 자체가 부실하고 급하게 하는 교육이기 때문에 퇴소를 하는 청년들은 사회에서 경험하는 것이 없는 채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시설 사각지대에 대한 고찰과 함께 시설 안에서 고립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좋은 시설’이 아니라 ‘시설이 아닌 곳’에서의 경험이 그들에게는 절실하다.
자립 준비 청년은 그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과 사회가 필요하다. 그들은 독립이 처음이고 갑자기 혼자 사는 것을 맞닥뜨려야 하므로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다. 따라서 그들을 위한 심리 정서적 정책이 더 체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제일 중요한 건 사람들의 인식이다. 우리는 자립 준비 청년을 ‘자립 준비 청년’으로만 바라봐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청년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고 청년들의 어려움을 같이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편견을 가지지 말고 자립 준비 청년을 위해, 그리고 1인 가구들을 위해 지역공동체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서로의 안부를 여쭙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기자단 6기 윤예송
[출처]
- 이정현, 복지시설 퇴소 18세→25세…아동복지법 시행령 개정, 뉴스1, 2022.06.14., https://www.news1.kr/articles/4711095
- 김유나, "시설 나서자 ‘진짜 고아’… 자립 금 노린 검은손 뻗쳐왔다",국민일보, 2022.08.23. https://news.kmib.co.kr/article/view. asp? arc id=0924260376&code=11131100&cp=n
- 보건복지부, "[보도 설명자료] [8.23.화. 국민일보] 자립 준비 청년 지원 보도 관련", 보건복지부 공식 홈페이지, 2022.08.23., https://www.mohw.go.kr/react/al/sal0301vw.jsp?PAR_MENU_ID=04&MENU_ID=0404&CONT_SEQ=372651&page=1
-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호 종료 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 조사」, 보건복지부, 2020
- 박민식, "보육원 나온 89명을 전담요 원 1명이. 밀착지원 애초 불가", 한국일보, 2022.08.28,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82616420002673?did=NA
- 김다은, 보호아동이 ‘어른’ 되려면 시설부터 바뀌어야 한다, 시사IN, 2022.10.19.,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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