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학창 시절을 추억한다면, 어떤 장면들이 생각나는가? 급식소로 뛰어가는 모습, 현장 체험학습을 가는 모습, 학교 앞 큰 벚꽃 나무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 등 소소한 추억들이 많이 생각날 것이다. 그렇다면 학창 시절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떠올린다면?
학급별 학생의 번호가 적혀있는 휴대전화 수거 가방을 앞에 둔 담임 선생님께서 휴대전화가 전부 제대로 수거가 됐는지 확인하는 모습, 혹 내지 않은 학생이 있다면 그 학생이 ‘진짜로’ 학교에 핸드폰을 들고 온 것이 아닌지 한 명 한 명 확인하는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2007년~2018년까지 초·중·고등학교를 거쳐온 필자의 경우, 학교에서의 휴대전화 사용은 꿈에서조차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휴대전화를 내지 않고 소지하고 있는 것을 걸렸을 경우, (심지어는 의도적으로 소지하고 있는 경우가 아니었을 때조차) 벌점과 반성문, 선생님의 꾸지람까지 듣게 됐다. 심할 경우, 제출한 휴대전화가 공기계가 아닌 실제 본인 휴대전화가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 또한 거치게 하였다. 현재도 대부분의 학교에서 휴대전화는 학생들에게 매우 금기시된다. 왜일까? 왜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은 규제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일까? 과연 규제만이 학생을 위하는 것일까?
경기도 교육청에서 제시한 <2021 경기도 학생 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의 휴대전화 지도 및 관리에 대해서 학교생활 중 일괄 수거가 46.5%로 가장 많고, 학생 자율 관리가 32.3% 순으로 이어졌다. 놀라운 것은 학교 반입 금지가 1.6%로 꽤 높은 수준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이어서 휴대전화 소지나 이용을 제한할 경우, 학교 구성원의 합의나 학생들의 동의를 받아 결정했는지 물어본 결과, 52.4%는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즉, 학교의 “주체”가 되는 학생들의 동의를 확실히 받았는지, 받지 않았는지도 모르는 체 학생의 휴대전화는 “무조건적인” 규제 대상이 되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경기도 A 중학교 2학년 학생이 “과도한 핸드폰 사용 제한은 통신의 자유 침해”라며 교장을 상대로 낸 진정을 받아들여 교내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당시 경기도 교육감에게 도내 모든 초·중·고등학교의 관련 규정을 점검한 뒤 실질적으로 핸드폰 소지와 사용을 전면 제한하는 규정을 개정하도록 지도하라고 권고했다.
이어 2020년, 경기도의 한 중학교가 4월 연 긴급 교직원 회의에서 교사 대부분이 기존과 같이 휴대전화를 규제하는 학교 규정 유지에 찬성하였다. 이에 이를 반대하던 학교 3학년 학생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해당 학교장에게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을 전면 제한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규정을 개정하기를 권고했고, 동시에 현대사회에서 휴대전화는 사회적 관계를 생성, 유지, 발전시키는 도구이자 각종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생활 필수품”의 의미를 지닌다고 주장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 제18조 통신의 자유, 유엔 아동 권리협약 제16조(어떠한 아동도 사생활, 가족, 가정 또는 통신에 대하여 자의적이거나 위법적인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 등을 근거로 들어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 제한을 인권 침해로 보고 이를 완화할 것을 여러 차례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지속적인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도 여전히 학칙의 개정은 이루어지지 않은 곳이 많고, 관련하여 학생들의 진정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2022년 8월 CPBC 뉴스에 올라온 기사에 따르면, 최근 8월에도 국가인권위원회는 광주, 전남, 전북 지역의 32개 국공립고등학교장에게 학생의 휴대전화 수거 및 사용 제한의 중단을 권고했음을 알려주었다.
학생의 학교 내 휴대전화 소지 및 이용을 반대하는 입장 또한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유로운 휴대전화의 사용이 혹 공부에 방해가 되거나, 수업 외 쉬는 시간 및 점심시간 동안의 무분별한 사용이 사회성 및 소통의 결여를 만들 것이라는 우려를 주장한다. 더불어 사이버 폭력 혹은 휴대전화 중독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에서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이 이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 또한 존재한다.
청소년 인권운동연대 ‘지음’의 활동가 “난다”님이 2022년 10월 지음 사이트에 올린 [글지음]을 보면 “휴대전화가 수업에 방해되고 강제로 어떤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인식은 공공장소에서 ‘떠드는 사람’이나 ‘딴짓’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화와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회 전반의 분위기 속에서 ‘딴짓’과 ‘떠드는 소리’는 손쉽게 차단시키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필요한 차별과 배제의 논리가 힘을 얻는다. 마치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주장과 비슷한 것이다.”라는 부분이 나온다.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 통제, 통제에서 더 나아가 강제적인 금지와 압수는 우리가 학생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우리가 정말로 필요한 것은 일방적인 통보식의 규제가 아닌 함께 방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휴대전화는 우리 삶의 필수 소지품이 된 지 오래됐다. 이는 학생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재택 수업, 자율 수업의 확대로 인해 휴대전화 혹은 태블릿 PC와 같은 전자기기를 통해 출석 인증을 하는 등 그 활용도 또한 넓어졌다. 변해가는 세상 속 여전히 지켜지지 않은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 및 이용 즉, 학생의 “기본권”은 언제쯤 지켜질 수 있을 것인가?
학생의 휴대전화는 규제할 대상이 아니라 공동으로 생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에 어떤 식으로 대응을 하는 것이 좋을지 함께 고민해야 할 대상으로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때 우리는 학생을 정당한 인권을 지닌 한 명의 의견 제시자로 판단하여 함께 의견을 나누어야 할 것이며, 그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교를 그들의 의견으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함께기자단 6기 민희원
[참고자료]
신강숙. "학생인권 보장 현황과 개선 방향에 대한 연구." 국내박사학위논문 강원대학교 대학원, 2020. 강원도
난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글지음] [청소년인권을 말하다] 함부로 남의 물건을 압수하는 학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학생의 휴대전화는 왜 더 쉽게 금지되나
법률신문 뉴스 이승윤 기자 "조회 때 학생 핸드폰 일괄 수거는 통신의 자유 침해"
https://www.lawtimes.co.kr/Legal-News/Legal-News-View?serial=122958
CPBC 뉴스 김현정 기자 “내 핸드폰 내가 사용하는데 뭐가 문제에요? 인권친화적 스마트폰 사용문화 정착을 위한 ‘슬기로운 학교생활’”
http://www.cpbc.co.kr/CMS/news/view_body.php?cid=830828&path=202208
굿모닝 충청 김지현 기자 “교내 스마트폰 사용… “수업 활용도 높아” VS “집중력·사회성 저하”“
http://www.goodmorningcc.com/news/articleView.html?idxno=261491
조선일보 곽수근 기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휴대폰 조례때 걷어 종례때 주는건 학생 자유 침해, 학교 규정 바꿔야”
https://www.chosun.com/national/education/2020/11/05/KKJU6ADKLRD2BMQXEBT4K65X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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