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 (bit.ly/innoguide)
전화벨이 울린다. “안녕하세요. 오늘 어떻게 지내셨어요?” 친근한 목소리다. 끼니 거르지 않고 식사는 잘 했는지 묻는다. 아픈 데가 있다 했더니 병원은 다녀왔는지도 챙긴다. 세심하고 따스한 어조로 일상 근황을 살핀다. 말벗이 따로 없다. 외로이 혼자 사는 할머니가 받은 전화의 상대는, 다름 아닌 인공지능이다.
챗GPT 열풍이다. 무엇을 물어도 막힘이 없다. 싫은 내색 하나 없이 고품질의 답변을 척척 내어놓는 챗GPT는 인공지능 서비스 모델이다. 딥러닝 메커니즘을 통해 세상의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했다. 단어 간, 문장 간의 의미적 거리를 계산하여 입력된 문장을 이해하고, 그에 맞춤하는 답변을 출력한다.
챗GPT뿐만 아니다. 다양한 인공지능 서비스가 앞다투어 쏟아진다. 텍스트만 입력하면 이미지도 만들고, 영상도 만든다. 심지어는 음악도 만들어내니 사람의 말 한마디면 안 될 일이 없게 되었다. 가히 ‘생성형 인공지능’ 전성시대다.
디지털이 빚어낸 혁명적 변화! 사회복지 분야라고 예외일 수 없다. 인공지능이 활용되는 복지 현장? 먼저, 인공지능 기반의 정보 제공 및 상담 서비스다. AI 챗봇이 취약계층을 위한 심리 상담이나 법률 상담을 해준다. 그렇게 얻은 정보는 지자체 담당부서로 연결되어 실질적인 복지 지원으로도 이어진다. 장애인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도 인공지능은 유용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AI 음성안내 서비스는 좋은 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AI 수화 번역 서비스도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아동 및 노인 학대의 예방과 구제에도 효과적이다. 아동과 노인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여 학대의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거다. 사회복지 현장에 접목되었거나 될 수 있는 인공지능 활용 사례들이다.
비단 현장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 및 조기 식별, 복지 혜택의 효과적인 배분, 복지 정책 수립 및 효과 측정 등 사회복지의 정책적 연구와 평가의 상황에서도 인공지능은 빛을 발한다. 예컨대, 취약 계층을 위한 교육 개발이나 취약 계층을 위한 대중교통 편의성 개선 등의 이슈다.
물론 인공지능이라고 만병통치의 ‘도깨비방망이’는 아니다.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사회복지 솔루션의 디지털화에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계적 대응의 한계 얘기다. 개인정보 보호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무게감 있는 이슈다. 인간의 존엄한 삶이라는 가치를 지향하는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그에 대한 응전의 기록이다. 부작용이 두렵다고 혁신을 외면할 수는 없다. 여기,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 “인간에게 쉬운 일이 컴퓨터(로봇)에게는 어렵고, 인간에게 어려운 일이 컴퓨터(로봇)에게는 쉽다.” 로봇공학자 한스 모라벡이 주장한 역설이다. 사람이 하기 힘들었던, 사람이 할 수 없었던 역할을 인공지능에게 맡기면 된다는 얘기다. 요컨대, 인공지능과의 동반자적 공존이다.
핵심은 '목적'이다. 모든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사회복지의 궁극적인 지향이다. 도구로서의 인공지능은 그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혁신적인 도구다. 후원자, 참여자 그리고 기업들의 관심과 지원도 빠질 수 없다. 변화에 대한 모두의 참여가 사회복지 혁신으로 이어진다.
바야흐로 AI혁명의 시대. 인공지능의 지혜로운 활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구의 인간(Homo Faber)’이었기에 빚어낼 수 있었던 인류의 문화와 문명이 무척이나 아름답고 찬란해서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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