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한 권의 책 같이 가시적인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가 마음대로 고쳐 나갈 수 있는 소설책이라면 얼마나 편할까요. 내 인생은 도대체 어떻게 생긴 것일까,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지금의 나는 도대체 어느 지점에 있는 것일까. 혹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의 타래가 마음을 짓누르고 있나요. 아니면 오늘을 목표만큼 열심히 살아내지 못했다고 자책하고 있나요. 오늘의 부족함이 내일의 걱정이 되어 돌아올 까봐 한숨짓고 있나요.
꼭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니, 완벽한 게 뭐죠? 완벽함의 기준을 나 자신의 행복이 아닌, 남과의 비교에서 찾고 있지는 않나요? 현대의 어른들이 만들어낸 보편적인 기준에서 멀어진다고 이방인 취급을 받는 당신 또한 지극히 ‘정상’입니다. 어린 아이와 성숙한 어른, 그 과도기에 서 있는 당신은 충분히 당신의 인생을 주도할 권리와 가치가 있습니다. 시끄럽고 바쁜 주변에도 불구하고 당신 ‘나름’의 방법으로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온 당신, 수고하셨습니다. 목표가 어딘지도 모른 채 무작정 남들 가는대로만 가던 당신이, 내가 나아가는지 퇴보하는지도 모른 채 이리저리 표류하던 당신이, 두 다리로 바로 서서 잠시 뒤를 돌아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후회가 아닌, 스스로에 대한 위로로 잠시 자신을 다독여주길 바랍니다.
그 잠시의 시간동안, 당신의 마음에 여유와 위안을 불어넣어 줄 몇 권의 책과 몇 편의 영화를 소개합니다.
맛깔스럽게, 도시락부
저자: 범유진
출간일: 2017. 5. 30
그래도, 그것만으로 내 마음에 두둥실 꽃이 피었다.
사고로 오빠를 잃은 최수빈을 중심으로 한 다섯 아이들이 동아리 ‘도시락 연구부’ 안에서 펼쳐가는 이야기.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급식을 먹을 수 없는 아이, 극성인 부모님 때문에 지쳐가는 아이돌 그룹 멤버, 요리사라는 꿈을 위해 어설픈 발걸음을 내딛는 아이, 가장 가까웠던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아이, 동성인 친구를 아한 아이....... 같은 동아리 안에 있지만 각자 다른 문제로 고민하고 아파하는 아이들. 어쩌면 어른들은 ‘청소년’이라는 추상적이지만 그래서 더욱 만만한, 그 단어로 만든 틀 속에 그들을 가두지고 있지는 않았을까. 누구보다 깊은 감수성과 풍부한 내면을 가진 그들을 획일화하여 규정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어쩌면 이 책은, ‘사람 대 사람으로서 나를 봐 주세요’라는 그들의 호소.
굿바이 내비
저자: 문부일
출간일: 2017. 7. 17
살이 찌더라도 오늘 하루를 견디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의무교육 12년 과정을 거치고 순조롭게 입사. 토익, 토플 등 쌓아둔 스펙은 여러 개. 시행착오 끝에 이룬 안정적인 가정. 이 커리큘럼에 맞추어야만 성공한 삶인가? 목적 없이 방황하던 청소년들은 인생의 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이 있었으면 하고 한 번쯤은 상상해보았을 것이다. 이렇게 되려면 이것을 이만큼, 여기에 도착하려면 이 선택지를, 이걸 성공하려면 이만큼의 게이지로....... 하지만 상상해보라. 삶은 나 자신이 꾸려나가는 것이기에 더욱 흥미롭고 가치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시키면 그것만 쪼르르 따라하는 인생. 얼마나 재미없고 따분한가? 나의 걸음이 곧 길이 될 것이므로, 이제는 ‘내비’를 버리고 걷자. 비록 걷는 곳이 황무지여도, 혼자 외롭게 걷고 있을지라도, 그렇기에 더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믿고서.
달의 위로
저자: 안상현
출간일: 2016. 9. 30
부디 –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을 생각하기를 주눅 들지 말고 흐트러짐 없이
누구나 그런 날이 있다. 별 것도 아닌 걸로 서러움이 북받치는 날. 될 것도 안 되는 재수가 없는 날. 인정하기 싫은데 내 한계치가 너무 명백하게 보이는 날. 나쁜 일은 한꺼번에 온다고 꼭 그럴 때만 옆에 위로해줄 사람 한명 없다. 위로까지는 안 바라도, 그저 내 하소연이라도 들어줬으면, 공감이라도 해줬으면 하는 그런 기분이 드는 그런 날이 있다. 그럴 때 짤막하게 건네는, 마음 제일 구석 약한 부분을 쓰다듬어주는 달의 속삭임.
영화
세 얼간이
감독: 라지쿠마르 히라니
국내 개봉일: 2011. 8. 18
전혀 다른 가정환경에서 자란 세 친구가 만나면? 완벽한 찰떡궁합. 배움의 장인 대학에서 결코 학문만 학습되어서는 안 된다는 중요한 표면적 교훈과 동시에, 그것이 배우자가 되었든 친구가 되었든 인생의 동반자가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 또한 준다. 비록 배경은 대학교이지만 크고 작은 모든 사회에 적용될 수 있는 그들의 멋진 이야기. ‘멋진’이라는 수식어에 대한 가치판단은 자신의 몫. 뭐든 가장 확실한 것은, 긍정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그 위에 탄탄한 신념을 세우고서, 그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이 내일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All is Well.
빌리 엘리어트
감독: 스티븐 달드리
국내 개봉일: 2001. 2. 17
재개봉일: 2017. 1. 18
탄광촌이라는 열악한 환경, 그 속에서 자신의 꿈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11살 소년 빌리. ‘어휴, 네가 무슨!’, ‘너는 택도 없어.’ ‘너에게 가당키나 한 일이니?’, ‘이건 너랑 다른 애들이 하는 거야.’ 수없이 자신을 매도하는 말에 지레 겁먹어서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른 척한 적이 없는가? 주변의 시선에 매몰되어 가면을 쓰고서 남을 위한 연극으로 삶을 채워나간 적은 없는가? 그런 사람들에게 빌리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교훈이 될 것이다. 개인의 꿈과 그것을 좇는 노력 또한 중요하지만 뒤에 서서 묵묵히 힘을 주는 조력자 또한 중요하다는 묵직한 가르침을 주는 영화. 빌리를 이렇게 끝나게 할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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