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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기자단 기사

[청각장애인생애지원센터 조성연 대표님 인터뷰] 청각 장애 아동들도 불편함 없이 수업을 들을 수 있기를

by 함께걷는아이들 2020. 7. 8.

 

 

등교 개학이 시작되며, 선생님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 마스크를 쓰고 수업하고 있습니다. 교실에는 온라인으로만 마주하던 아이들과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느끼는 기쁨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입 모양이 보이지 않는 마스크로 인해 청각 장애 아동이 겪는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청각 장애 아동들은 단순히 손동작뿐만 아니라 입 모양, 얼굴 표정, 몸 방향 등 여러 가지 비수지 기호를 포함하여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에 선생님의 입 모양이 보이지 않는 일반 마스크를 끼면 의사소통에 많은 어려움을 느낍니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코로나 19의 확산을 막고, 청각 장애 아동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립뷰(입 모양이 보이는 투명한 형태) 마스크가 제작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청각장애학생 지도교사용 립뷰마스크 제작 및 무상배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청각장애인생애지원센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청각장애인생애지원센터는 ‘청각장애인 및 그 가족의 삶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합리적인 선택의 방향 제시와 현명한 소비를 지원합니다.’라는 미션을 가지고 청각 장애인 개인에게 맞는 생애주기별 지원을 그리는 예비 사회적 기업입니다. 청각 장애인 개개인에게 맞춰진 상담·교육·재활·컨설팅을 진행하며 청각장애인 및 그 가족이 더 나은 듣기 환경에서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과 사회 인식개선 활동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올키즈기프트 프로그램’으로 ‘함께걷는아이들’과 연을 맺으시기도 했던 청각장애인 생애지원센터 조성연 대표님을 만나보겠습니다.

 

청각장애인생애지원센터 https://www.lifeplanhd.kr/ 

 

<립뷰마스크를 착용하신 청각장애인생애지원센터 조성연 대표님>

 

 

Q. 청각장애인생애지원센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청각장애인 공감과 소통’이라는 커뮤니티가 있어요. 청각장애인 사회복지사 두 분, 언어치료사(대표님) 한 명이 이렇게 시작하게 됐는데, 커뮤니티를 만든 후 3년이 지나니 700명의 청각장애인이 함께하는 커뮤니티가 되었어요. 지금 저희가 운영하는 청각장애인생애지원센터의 미션과 동일하게 개개인의 욕구에 맞춘 지원을 하고 있었는데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회원이 많아지니 인적 자원, 물적 자원 같은 부분에서 어려움이 발생하더라고요. 그래서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에 참여해 법인을 만들고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커뮤니티를 만든 건 장애인도 사회 인식개선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그동안 장애인에 대한 사회 인식개선을 하는 주체는 모두 비장애인이었잖아요. 청각장애인 친구들과 즐겁게 놀다가 함께 청년활동도 하고 캠페인도 하고, 인식개선 활동도 하면서 청각장애인 분들에게 동기를 유발하고, 왜 인식개선을 해야 할까도 같이 생각해봤어요. 그러니까 장애인이 주체적으로 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활동하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지금도 저희의 비전으로 생각하는 것은 장애인이 온전히 제 몫을 하는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Q. 청각장애인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지원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장애 유형별로, 그리고 개인별로, 전문적으로 나뉜 서비스가 보편화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분들이 최종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면 보편화된 서비스가 아니라 생애주기별로 맞춤형으로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생각해요. 미국이나 호주 같은 경우 그런 생애주기별 맞춤 시스템이 되어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미흡한 상태예요. 우리나라에서 현재까지는 발달 장애인 기준으로 제공되는 생애주기 서비스가 제일 잘 갖춰져 있어요.

 

그래서 특히, 영유아 청각장애 같은 경우에는 보호자가 아이가 성장할 때까지 모든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경제적으로 힘든 가정의 청각 장애 아이들은 자라나도 방치된 경우가 많죠. 국가에서는 청각장애아동에게 보청기를 5년에 한 번씩 지원하고 있고, 청각 보조기기 수술지원을 19세 미만까지 양쪽 모두 지원하고 있어요. 그런데 성인 청각장애인에게는 보조기기 수술 지원을 한쪽만 지원해요. 취업해야 돈을 벌고 수술을 할 수 있는데, 그 취업까지 이르는 과정이 청각장애 때문에 힘들어지는 거예요.

 

이러한 지원 말고도 사회 인식 변화 측면에서 수어를 가르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수어를 배우면 수화를 사용하는 당사자들이 사회에 통합될 때 많은 도움이 돼요. 영어와 한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교육과정 안에서도 간단한 일상에서의 수어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노력해야 하니까요.

 

<제작 및 무상배포 프로젝트로 마스크를 만들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Q. 립뷰마스크 제작 및 무상배포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프로젝트 진행 상황은 어떻게 되나요?

처음에는 회사 직원분들을 보고 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우리 회사에는 수화 사용자, 구화 사용자(상대방의 말을 이해할 때 소리도 듣고 입 모양도 봐야 하는 언어 사용자)가 있는데 두 분의 의사소통 수단이 달라요. 의사소통 수단이 달라도 공통으로 입 모양을 보는 건 같은데, 그건 마스크를 쓰고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회사 자체 사업으로서 립뷰마스크를 만들어보자 했으나 비용 문제로 진행하지 못하다가 하늘샘 치료교육센터에서 언어치료선생님들이 위생마스크와 마스크를 합치셨어요. 일일이 손으로요. 이 과정에서 하늘샘 치료교육센터와 회사가 협력하게 되어 지금은 저희 회사에서 립뷰마스크 제작과 무상배포 프로젝트를 맡아 운영하고 있어요. 후원과 홍보는 사단법인 사랑의달팽이에서 맡아주시고 계십니다.

 

지금은 립뷰마스크가 2만 장이 만들어져 배포가 끝났습니다. (6월16일 화요일 기준) 초기에는 대전 교육청의 필요에 따라 대전지역에 1,000개만 배포되기로 했었으나 좋은 뜻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보니 마스크 공장 대표님께서 2만 5000장을 기부해주셨습니다. 남은 5,000장도 차례대로 배포될 예정입니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볼 수 있는 배너>

 

 

Q.립뷰마스크 제작을 위한 후원 동참은 무엇인가요?

 

무상배포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가기 위한 일환입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립뷰마스크가 필요하다고 계속 메시지를 보내는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사단법인 사랑의달팽이에서 7월 1일부터 D.I.Y 키트 형태로 립뷰마스크 배포가 시작돼요.

 

25,000원의 후원을 하면 자원봉사 시간을 받을 수 있고 직접 립뷰마스크를 만들 수 있는 키트가 배송돼요. 이 키트를 받고 마스크를 만들어 써도 되고 직접 만든 키트를 무상배포를 위해 다시 보내주셔도 돼요.

 

7월 20일부터 시작되는 청각장애이해교육과 함께하는 립뷰마스크 만들기 프로그램이 있어요. 단체에서 립뷰마스크를 만들고 싶다고 신청하면 립뷰마스크 D.I.Y 키트와 함께 청각장애이해교육을 같이 수강할 수 있습니다. 무상배포 프로젝트와 함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Q. 코로나 이후에 부각된 어려움 말고도 청각 장애 학생들이 그 이전부터 겪었던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요, 이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청각 장애 학생들은 소리를 들으면서 보조적 수단으로 입 모양을 보기 때문에 선생님이 뒤돌아서 이야기할 때 입 모양이 보이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어려워요. 꼭 마스크 때문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입 모양이 수업 도중 계속 보이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면 참 힘든 문제죠. 특히 중복장애(청각 장애와 다른 장애가 함께 있는 경우)를 가진 학생들에겐 입 모양을 보는 것이 꼭 필요해요. 그렇지만 비장애인분들은 보청기나 인공와우에 대해 잘 모르시는 경우가 있어요. 쉽게 말해 인공와우는 소리를 전기신호로 전달하여 듣게 해주는 장치이고, 보청기는 소리를 증폭시키는 것이에요. 이런 청각 보조 기기를 사용할 때 FM 송수신기가 도움이 많이 돼요. FM 송수신기는 수업하시는 선생님이 착용하는 건데, 마이크처럼 사용하면 선생님이 말하는 소리가 아이들에게 잡음 없이 선명하게 들려요. 또, 아이들을 너무 뒷자리에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앞자리에 배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모두 청각 장애 학생에 대한 이해도 높이기, 좋은 듣기 환경 만들어 주기에 있어서 필요한 일이에요.

 

저학년의 청각 장애 학생의 경우 보조기기를 통해서 잘 들어도, 글을 읽고 이해하는 음운 인식 능력이 또래보다 낮을 수가 있어요. 이런 경우 문자통역시스템을 지원해도 학습이 어려워 학습 도우미가 필요해요. 아이들이 들었으나 놓친 내용이나 더 보충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도움을 주는 도우미를 학습 도우미라고 말하는데 이런 지원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봐요.

 

각 시·도 마다 청각장애 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지만, 많은 시·도에서 장애가 있어도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하면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없어요. 장애 등급이 있어도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하면 학습 도우미 같은 지원을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치는 거죠. 개개인의 청력 등급에 따른 맞춤 지원이 더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사회의 인식개선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청각장애생애지원센터의 향후 비전이나 방향을 알 수 있을까요?

 

청각장애인 복합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요.

 

요즘은 136법칙(만 1세, 3세, 6세의 아이에게 건강 검진을 하는 것)으로 태어나자마자 신생아 청력 선별 검사를 통해 난청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어요. 산모의 배 속에 있을 때도 산모의 혈액이나 양수를 채취해서 검사하면 청각장애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고요. 이렇듯 기술의 발전으로 진단이 빨라지다 보니 조기 중재가 이루어지고,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재활하게 돼요. 신생아부터 가지게 된 청각장애에 대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계속 재활을 하는 거죠.

 

그런데 아이들에게 재활이 삶의 전부가 아니잖아요? 성장하는 장애 아동의 곁에 있는 사회 구성원들이 항상 같은 사람인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것들은 계속 달라지고 이와 함께 청각 장애인의 욕구도 다양해져요. 저희는 재활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의 서비스를 한 곳에서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곳이 청각장애인 복합 커뮤니티가 될 거예요. 단순히 서비스를 받는 곳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복합 커뮤니티에서는 사회 인식개선 활동이나 캠페인 활동도 이뤄질 거예요. 그래서 이 복합 커뮤니티라는 플랫폼을 통해 플랫폼을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Q. 이 기사를 읽을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청각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을 느끼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우리가 일상에서 들리지 않는 상황을 경험하기란 쉽지 않아요. 양쪽 귀를 막고 상대방 입 모양을 가리고 3초만 있어 볼까요? 3초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 동안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아는 건 쉽지 않았을 거예요. 들리지 않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앞으로 만약 청각장애인 당사자를 만나게 된다면 먼저 이렇게 물어봐 주면 좋을 것 같아요.

“내가 당신과 의사소통을 할 때 어떤 도움을 주면 좋을까요?”

 

당사자들도 선뜻 도와달라고 말하기 어려울 수 있거든요. 그들에게 선택권을 주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행동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서로 조금씩 이해하고 양보하고 배려하면 청각장애인 당사자들이 비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데 있어 더 수월할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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