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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기자단 기사

구멍 뚫린 주거 보호망에서 탄탄한 탈가정 청소년 주거 보호망으로 한걸음 나아가기 위해

by 함께걷는아이들 2020. 9. 24.

 

 

‘천국 사는 사람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중편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나오는 말이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는 인간 삶의 보금자리인 집이 천국과 지옥으로 나뉜다. 주거는 인간 생활의 필수 요소인 의식주(衣食住) 중 하나.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주거가 필수적인 요소이기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처럼 쾌적하고 안정적인 집이 천국과 지옥으로 나뉘는 세상은 인간다운 삶을 포기한 사회라 할 수 있다. 책 같은 현실 속, 주거를 가질 주체로조차 여겨지지 않았던 탈가정 청소년들이 존재한다.

 

이에 ‘청소년 지원주택 도입을 위한 온라인 토론회’가 구체적으로 탈가정 청소년의 주거권 실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8월 27일 열렸다.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와 SH 주최로 열린 이번 온라인 토론회에서는 청소년 지원주택에 대해 다양한 현장 전문가들과 심도 있게 논의했다.

 

지원주택은 홈리스 상황에 처해 있는 취약계층에게 안정된 주거공간과 사회복지서비스를 함께 결합하여 제공하는 체계를 말한다. 따라서 주거권을 실현하기 위한 탁월한 대안 중 하나다. 지원주택은 주거를 중심으로 생활, 교육, 진로, 복지 등의 서비스가 구성되지만, 주거를 위해서 서비스의 유지가 강요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괜찮은 주거 대안이라 여겨지고 있다. 특히 주거를 먼저 제공하고 그 주거에 따라 자립지원을 실현하는 하우징퍼스트 원칙을 구현하기에도 적절한 모델이다.

 

 

이날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재단법인 동천 정제형 변호사는 청소년 지원주택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소년 지원주택 제도 도입의 의미는 ‘시설성’ 탈피에 있어요. 청소년 지원주택 제도의 도입을 통해 근본적으로 시설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함께 머무는 이들이나 관리자와의 관계 속에서 불가피하게 형성될 수밖에 없던 집단성, 권력 불평등성, 고립, 위계, 사생활의 부재 등의 문제들로부터 청소년들이 벗어날 수 있도록 할 수 있죠.” 정제형 변호사는 청소년 당사자들이 시설 생활에서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해온 문제이기에 이러한 문제가 배제된 지원주택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청소년 주거정책에서의 대안적 주택으로 지원주택이 고려된다면 청소년 지원주택 제도 설계 과정에서 어떤 지점들을 고려해야 하는지도 정제형 변호사는 설명했다. 해외 지원주택 모델에서 명시하고 있는 내용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 잘 적용하고 탈 가정 청소년들의 특성이 내용적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에서 주택과 지원서비스가 결합된 지원주택을 도입하는 게 가능할까. 서종균 처장(서울주택도시공사 주거복지처)은 서울시 지원주택 공급현황과 청소년 지원주택 도입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지원주택이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주택과 지원서비스 두 가지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같이 노력을 해야 한다. 안정적인 분야 간 협력과 더불어 실제로 운영되는 과정에서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지원서비스 예산 확보가 동시적으로 계획되고 이뤄져야 한다. 서종균 처장은 이러한 과정은 제도가 존재하지 않을 때 굉장히 추진하기 어렵다며 제도화가 올해 실현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현재 서울시 지원주택은 올해 말 466호까지 공급될 수 있다. 서종균 처장은 지원주택 확대 필요성을 밝혔다. “지원주택은 많은 이들의 관심과 노력으로 만들어졌어요. 그렇지만 현장에 수요를 반영해서 현재 지원주택이 공급되지는 않았죠.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원주택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답니다.”

 

청년홈리스 지원주택을 시범으로 운영하는 이범승 원장은 청년 지원주택 사례를 언급했다. 취업과 주거가 불안정했던 청년들은 지원주택 입주 후 초기 집기 구입 및 임대료 등 공과금 지원을 통해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후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며 전반적인 생활에도 안정감을 찾는 모습들을 이범승 원장은 전했다. 쏭쏭 청소년자립팸 이상한나라 활동가는 청소년자립팸 이상한나라 운영사례를 설명했다. 자립팸은 움직이는청소년센터 EXIT 활동가들의 고민 속에서 2013년 만들어졌다. 청소년이 살고 싶은 집다운 집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만들어진 자립팸에서는 자율성과 주체성이 강조된다. 자립팸에 들어온 이들은 많은 경우 당장의 소득을 창출해내기 어렵다. 쏭쏭 활동가는 불안정한 생활로 지쳐있는 이들에게 안정감, 여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유의미한 지원방식에 대해 전했다.

 

탈가정 청소년의 지원주택은 여러 문제를 복합적으로 풀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다. ‘청소년 지원주택 도입을 위한 온라인 토론회’는 많은 현장 전문가들의 노력과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집으로 천국과 지옥이 나뉘지 않는 그 날까지, 원가정, 거리, 시설 외에 탈가정 청소년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확장되는 그날까지 지원주택은 많은 이들이 관심과 함께 더욱 수면 위로 올라와 논의되어야 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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