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두렵습니다. 내일 난 제정신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요?”

 

  김동준 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그는 직업계고 학생으로 졸업 전에 현장 실습 겸 근로 계약을 했다. 사내 폭력과 장시간 노동에 고통받았던 그는 결국 회사가 관리하는 기숙사 4층에서 몸을 던졌다. 이 이야기는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많은 이들의 귀를 스쳐 갔을 지도 모른다. 기사 몇 줄로 갈음된 한 청춘의 삶 앞에 대부분의 사람은 잠깐의 안타까움을 느끼곤 일상으로 되돌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이 아이를 알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에서는 “우리가 먹고 마시고 이용하는 모든 일상 영역에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의 흔적이 남아 있다”(17쪽) 고 말한다. 김동준 군 이전과 이후에도 현장 실습생들의 노동 환경에는 늘 죽음이 도사리고 있었다.

 

  2017년 11월, 제주지역 생수 공장에서 일하던 현장 실습생 이민호 군이 적재 프레스에 몸이 끼어 숨졌고, 같은 해 1월엔 전주지역 고객서비스센터 해지방어팀 현장 실습생 홍수연 양이 업무 스트레스로 자살하는 사건, 그리고 창원지역에서 공고를 졸업하고 현장 실습생을 거쳐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하던 김 군이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다. 2016년 5월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청년 노동자 김 군도 현장 실습생으로 일을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성남지역 외식업체에서 수프 끓이기 업무를 담당하다가 사내 괴롭힘으로 생을 마감한 김동균 군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죽음 위에 우리의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그들을 기억하는 일은 오늘도 무사히 일상을 영위한 자들의 도리일 지도 모른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 한 현장 실습생의 삶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1부는 김동준 군을 중심으로 그의 생전 기록과 엄마 강석경 씨, 이모 강수정 씨, 동준 군 사건을 맡았던 김기배 노무사의 인터뷰로 구성되었다. 2부는 김동준 군과 직간접적으로 엮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이민호 군 아버지 이상영 씨와 특성화고 교사 장윤호 씨, 특성화고 재학생 임현지 씨, 졸업생 서동형(가명) 씨,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 위원장인 졸업생 이은아 씨의 인터뷰가 실렸다.

 

  이러한 다층의 이야기 속에서 독자는 ‘알지 못하는 아이’였던 직업계고 학생이자 현장 실습생을 짤막한 헤드라인이 아닌 우리 곁에서 웃고 울었던 온전한 존재로 만나게 된다. 나아가 지금도 노동의 자리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고통 가운데 있는 수많은 ‘알지 못하는 아이’들을 헤아려 보게 된다.

 

  여전히 한국의 노동환경은 열악하다. 고용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855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OECD 국가 중 한국의 산재 사망률은 1위이며, 이는 우리나라와 1인당 평균소득이 비슷한 나라들의 5배 수준의 산재 사망률이다. 개선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산재 인정을 받기는 어렵고 재활과 직업 복귀는 더 쉽지 않다.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현장 실습생들은 더 위태로운 자리에 내몰린다. 특성화고 교사 장윤호 씨는 노동하는 청소년들은 “우리 사회의 가장 열악한 부분을 최전선에서 만나는 것”(152쪽)이라 말한다. 그는 “아이들이 현장실습 나가서 노동의 신성함이나 어떤 좋은 걸 갖춰 오는 게 아니라 초과 노동이나 폭력적인 조직 문화 같은 부정적인 것들을 다 배워가지고”(167쪽) 온다고 말을 이었다.

 

  이런 구조 속에서 현장 실습생들은 보호받기는커녕 죽음의 책임까지도 떠안게 된다. 학생이면서 노동자인 탓에 교육청과 고용노동부는 서로에게 책임을 넘기려 하고, 기업은 벌금을 내고 공장은 다시 돌아간다. 학교도 나서서 그들을 보호해주지 못한다. 현장 실습생 사고가 나면 언론에 학교 이름이 노출되고, 업체와 관계 맺는 게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배경내 인권활동가의 말처럼 “문제의 본질은 청소년 노동을 악용하는 어른들이고 존엄한 노동을 불가능하게 하는 사회 시스템”인 것이다(28쪽)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현장 실습생 당사자와 부모, 교사, 졸업생 등의 입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노동자가 존중받고 그들이 일하러 갔다가 안전하게 퇴근할 수 있는 사회를 간절히 꿈꾸게 한다.

 

  “확실한 안전조치가 없으면 내보내지 마라.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만약에 사고가 나면 모든 책임은 회사에서 지고 회사 문 닫을 정도까지 벌칙을 줘야지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안 일어난다는 거예요.” (134쪽) – 이민호 군 아버지 이상영 씨
  “어른들은 자기 자식들이 공부 안 한다고 하면 ‘기술이나 배워라’ 그런 말을 하지만, 제가 3년간 공부해보니까 기술 배우는 게 쉽지도 만만하지도 않아요, 얕잡아 보는 사람들한테 말하고 싶어요. 무시하지 마세요.” (186쪽) – 특성화고 재학생 임현지 씨
  “특성화고 학생과 졸업생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지자체들이 특성화고 학생, 졸업생을 위한 노동조건 보호 조례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224쪽) –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 위원장 이은아 씨

 

  더는 알지 못하는 아이들의 죽음에 일시적인 공감으로만 반응하면 안 된다. 현장 실습생들의 이야기를 이제는 알아야 할 때다. 변화는 우리의 일상에서 이름과 얼굴을 알지 못하는 청(소)년 노동자들을 느끼는 것부터 시작된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이 그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