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년을 위로해 줘 (은희경 , 2014)>

 

  <소년을 위로해 줘>에는 이혼한 엄마와 단둘이 사는 평범한 소년 연우가 나온다. 연우는 이사 후 새로 전학 갈 학교를 추첨하는 자리에서 동급생 태수를 마주친다. 태수의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힙합에 맞추어 어느새 함께 움직이는 심장박동. 연우는 힙합을 좋아하는 태수와 친해지고, 어딘가 독특하고 조용한 채영에게는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힙합 노래 가사에 공감을 하며 느끼는 떨림, 채영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사랑,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부 세계와의 갈등. 여름부터 겨울까지, 그리고 봄눈이 내리는 새로운 계절에 이르기까지, 소년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작품 속에는 세 명의 청소년이 나온다. 주인공 ‘강연우’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아버지와 헤어진 어머니의 ‘자유분방함 혹은 방목’ 속에서 자라난 아이이다. 연우에게 힙합을 알려준 ‘독고태수’는 부모에게 억압받는 아이이다. 자신의 능력을 펼치지 못하고 다른 이와 계속해서 비교 당하자 잠재력을 가졌음에도 학교 체제로부터 계속 벗어나려고 한다. 연우가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이채영’은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도망치고 싶어하는 아이이다. 무엇이든 아빠의 말 대로 해야 하는 가정 속에서 채영은 이해받지 못한다. 각각의 고민과 그 고민을 알아주지 못하는 세상으로 인해 ‘연우’, ‘태수’, ‘채영’의 하루하루는 고달프다. 그러나 셋은 서로가 지닌 감정들을 공유하며 의지하고 힙합 노래를 부르며 힘을 얻는다. <소년을 위로해줘>에서는 연우가 채영과 사랑의 감정을 나누고, 태수와 우정을 나누고, 신상이 밝혀지지 않은 천재 래퍼 ‘그리핀’ 노래를 들으며 꿈을 만들고, 엄마의 인생을 차츰 이해하는 그러면서 성장해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이 과정에서 연우는 채영을 오해하기도 하고, 꿈에 좌절하기도 하고, 엄마를 원망하기도 한다.

연우가 바라본 세상과 세상 속의 어른들은 다음과 같았다.

 

“틀 안에 들어가 있어야 안전하다고 우리에게 잔소리를 잔뜩 늘어놓으면서 정작 세상은 너무나 부주의하다. 우리가 깨지기 쉽다고 보호하다가도 상자 속에 넣은 다음에는 던져버린다.”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상자 속에 넣은 다음 던져버리는 것 같다.’ 청소년들은 보호받지 못하는 것에 절망하는 게 아니라, 잘못된 방식의 보호를 거부하고 싶고 나를 찾고 싶을 뿐이다. 그들이 느끼기에 상자 속은 그다지 안전하지도 않고 밖이 보이지도 않는다. 자신이 가진 특별함도 빛낼 수 없는 곳이다. 연우의 말은 청소년의 방황이 그들이 어리고 미숙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차라리 세상을 맨몸으로 느끼면서 강해지고 싶은 게 청소년이고, 그들의 성숙함을 최대한 인정해 주면서 보호 장치를 만드는 게 어른들의 역할인 것이다.

 

  이처럼 온갖 기준을 들이미는 세상을 혐오하는 연우의 희망은 오직 자기 자신이다. 자신은 세상과 다르며, 특별한 나 자신으로 사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며 연우는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거울 앞에 선다. 그러나 이미 세상을 그렇게 살아보고 상처받은 연우의 엄마 민아 씨는 그런 아들의 앞날에 어떤 상처가 기다리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하고 싶은 것만 해도 되긴 하지. 근데 그게 훨씬 더 어려울걸. 내가 남하고 다르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 그거 몹시 힘든 일이야. 모든 게 다 자기 책임이 되거든. 안전한 집단에서 떨어져 나와 혼자여야 하고, 정해진 가치에 따르지 않으려면 하나하나 자기가 만들어가야 해. 또 무리에서 떨어져 나가면 끊임없이 자기에 대해 설명해야 해. 경쟁을 피하는 소극적 태도가 아니라 남과 다른 방식을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일이라면 말이야.”

 

  민아 씨가 자신에 대해 너무 관심이 없는 듯하다고 느끼고, 자신에 대해 혼란스러웠던 연우는 어느새 민아 씨가 말한 ‘내가 남하고 다르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 그거 몹시 힘든 일이야. 모든 게 다 자기 책임이 되거든’이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며 성장한다. 이 모든 성장은 자신의 특별함에 대해 고민하고 그 과정 속에서 많은 방황을 겪으며 자기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홀로가 아닌 ‘태수’, ‘채영’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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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책을 알게 된 건 작년 문학 공부를 하면서였다. 작품에 대한 분석을 하는 공부이다 보니 그때의 나는 인물들보다도 성장소설이라는 장르적 특징에 대해서 많이 궁금해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초반에는 ‘청소년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소설이구나’하며 성장소설이라는 틀에서만 바라봤었다. 그러나 연우가 하는 고민과 연우가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은 지금의 나와 크게 다를 것 없다고 느껴진다.

 

  연우는 계속해서 시간 속의 “나”를 이야기한다. ‘내가 어떤 시간 속에 속해 있는가, 시간은 다시 돌릴 수 없는데 무엇을 해야 하는가, 시간이 지나면 나는 진정한 내가 되는가, 내가 나 일 수 있는 세계가 있는가, 내가 나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청소년기를 지난 사람이라도 끊임없이 던질 수밖에 없는 질문들이다. 그럼에도 연우나 태수, 채영 같은 아이들은 이 고민으로 인해서 방황한다. 아마 그 이유 중 일부는 자신에 대한 답을 청소년 시기에 내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단순히 진로에 대한 문제를 떠나 그동안 세계 속에서 살던 아이들은 청소년기에 접어들며 ‘나’라는 존재의 특별함을 인식한다. 그러나 동시에 세계와 나 사이에 어긋난 듯한 이질성을 느낀다.

 

  이런 혼란함이 성장하며 처음 내 머릿속에 들어왔는데 빨리 답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사람이 존재할까. 고등학생 시절의 나도 연우 같은 고민을 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하루하루를 보냈었는데 시간이 흘렀다고 어느새 잊고 있었다. 지금도 이런 고민들은 계속되고 나는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 변하며 내가 된다.

 

  변해가는 내가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그리고 좋음이라는 가치에 대해 고민하며 스스로 말할 수 있는 것.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깨달은 내용들이다.

 

작품 속 연우는 더 멋지게 깨닫는다.

 

“나다운 게 뭐야, 새로운 나다움을 내가 만들어가는 거겠지. 매일 모습이 변해가는 달과 매일 새로 떠올랐다가 지는 해가 시간이 흐르는 것을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잖아.”

 

  이 소설은 한 마디로 청소년 시기에 겪는 미묘한 감정들, 청소년기의 쾌활함과 우울한 모습을 동시에 담은 작품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연우가 느끼는 청소년기의 여러 가지 혼란과 방황을 청소년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당면한 일들에 대한 이야기가 인물들의 친근한 어투 그리고 힙합 노래의 가사를 통해 전달된다. “윽박지르고 방치하고, 어른들이 우리를 대하는 두 가지 방식”이라고 말하며 방황했던 연우는 작품의 결말에 가까워지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연우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 그래서 청소년기 아이들이 느끼는 사랑과 우정이 무엇인지 자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다면, 청소년에게는 공감을, 아이들과 함께 걷는 어른들에게는 자신의 청소년기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소설 속 연우가 자주 흥얼거리는, 소설 제목과 동명의 노래인 ‘Kebee(키비)-소년을 위로해 줘’를 추천하며 글을 마무리 짓는다.

 

무엇다워야 한다는 가르침에 난 또 놀라.
우린 아마 이렇게 멍들어 가는지도 몰라.
큰 혼란. 물론 나를 이토록 많은 함정 속에 빠트려가는 건 바로 나 자신인걸.

오, 습관적으로 모든 일들에 익숙한 척 가슴을 펴지만
그 속에서 곪은 상처는 아주 천천히 우리들을 바보로 만들어.
우리는 진짜보다 더 강한 척해야 함으로.

세상이 선물한 거울을 완전히 닮기 전에 내 그림자를 밟은 오늘을 이제는 기억해.
손을 위로 드는 것, 아니면 감았던 눈을 뜨는 것.
가슴에 심장소리를 여전히 간직하는 당신에게 말해.
이제 당신안의 소년을 위로해줘.

Kebee(키비)-소년을 위로해줘’ 가사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