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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기자단 기사

프랑스에서 #육아스타그램을 올릴 수 없는 이유

by 함께걷는아이들 2020. 11. 3.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보면 #육아스타그램, #맘스타그램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온 아이의 사진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인스타그램에 #육아스타그램을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은 무려 3334만 개입니다.

 

이런 게시물들의 내용은 주로 아이의 일상에 대한 것입니다.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의 초음파 사진부터 첫걸음마, 혼나서 우는 모습 등 다양한 모습들이 사진과 동영상으로 올라와 있습니다. 대부분은 웃거나 울거나 자는, 아기의 귀여운 모습을 담은 사진들입니다. 하지만 이 중에는 아기의 엉덩이 등이 드러난 채 대소변을 보는 모습을 찍은 사진도 있습니다. 중요 부위만 가린 채 유아용 변기 위에 앉아있는 사진 또한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이런 게시물에 아이의 의사는 들어갔을까요?

 

 

* 셰어런팅(Sharenting), 셰어런츠(Sharents)란?

 

 

산업과 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생활양식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왔고, 이는 아이를 키우고 가르치는 양육법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오늘날의 2, 30대 젊은 부모들은 자녀를 양육하면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데, 특히 그들의 SNS에 자녀의 일상을 기록하고 타인과 공유하기도 합니다. 이런 SNS에는 아이의 사진, 나이, 사는 곳까지 기록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자녀의 일상을 SNS에 올리는 부모를 가리켜 셰어런츠(Sharents; Share + Parents), 올리는 행위를 ‘셰어런팅(Sharenting; Share + Parenting)’이라고 합니다.

 

 

 

* 셰어런팅이 문제가 되는 이유

 

 

물론 귀여운 내 아이의 모습을 자랑하고, 육아를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러한 셰어런팅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무분별한 사생활 공개로 신종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부 사적인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아이가 성장한 후에 불쾌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부모의 SNS 게시글에는 자녀의 사진뿐만 아니라 얼굴, 나이, 사는 곳까지 기록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은 익명의 공간이고 올린 정보들이 누구에게, 어디까지 퍼질지 알 수 없습니다. 이렇게 부모의 SNS 게시글을 통해 노출된 정보들은 범죄에 악용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영국 아동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이 되면 18세 이상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일어날 신원 사기 사건의 2/3 정도가 셰어런팅으로 인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인터넷진흥원 사이버민원센터에 따르면, 실제로 2018년에 범죄자가 한 아동의 사진을 음란 사이트에 올리고 부모에게 금전을 요구한 사례가 있었다고 합니다. 2011년 일본에서 발생한 한 유괴사건은 블로그에 공개된 아기의 실명과 사진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이의 사진을 올리는 것이 지금은 괜찮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십 년 뒤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무분별한 사생활 공개는 아이들에게 훗날 고통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 해외 사례: 영국, 프랑스, 베트남

 

 

아직 한국에서는 부모가 아기 사진을 SNS에 공유하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습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2017년 8월 공개된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의 조사 결과를 보면 영국의 부모 중 56%는 그들 자녀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SNS에 공유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이들 중 87%는 그들 자녀의 삶이 ‘사적인(private)’ 상태로 남아있길 원한다는 이유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미 법적으로 부모가 아기 사진을 공유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관련 법 제정을 추진 중인 나라들도 있습니다. 사생활 보호에 엄격한 프랑스에서 동의 없이 누군가의 사진을 배포하거나 SNS에 올리면 4만5000유로(약 5700만 원)의 벌금과 1년 징역형에 처합니다. 여기에는 부모가 자식들의 유아 시절 사진을 올리는 것도 포함됩니다.

 

베트남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사진이나 동영상 등 개인정보를 본인 허락 없이 SNS에 올리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제정을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만 7세 이상 어린이의 경우 반드시 당사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며, 이를 어길 시에는 약 25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하는 법안 초안을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셰어런팅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며, 어떤 법적 조치나 대응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금도 계속 올라오고 있는 #육아스타그램 게시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입니다.

 

* 시사점 및 앞으로의 방향

 

 

커가는 자녀의 모습을 자랑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동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의사결정권과 개인정보를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 독립된 주체라는 점을 항상 인식해야 합니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며, 부모라고 해도 어린 자녀의 신상 정보를 마음대로 노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특히 갓난아이나 어린 아동의 경우 생각과 판단이 아직 서지 않은 상태이며, 이때 사진을 올리는 것은 온전히 부모의 의사이니 더 조심해야 합니다.

 

사랑스러운 아이의 모습을 기록하는 것도 좋지만, 미래의 여러 사이버 범죄나, 신상 공개의 위험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는 것이 우선 아닐까요?

 

만약 어린 자녀의 사진을 SNS에 올리고 싶다면 반대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나라면 이런 사진이 SNS에 게재돼도 괜찮을까?', 혹은 '만약 나라면 이런 정보가 타인과 공유돼도 괜찮을까?'라고 말입니다.

 

 

 

 

참고문헌

 

안정아. 2017. 영유아 어머니의 셰어런팅 특성과 자녀 인권 인식 연구.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SNS와 초상권]엄마가 올린 내 엉덩이 사진 어쩔 거예요 ㅠ ㅠ. [경향신문]. (2019년 2월 1일). Retrieved fr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902011924005

셰어런팅: 자녀 사진, 부모 마음대로 올려도 괜찮을까?. [BBC News]. (2019년 3월 30일). Retrieved from https://www.bbc.com/korean/news-47757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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