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7일(화).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에서 “가정복귀와 시설 사이에 놓인 삶들 - 청소년주거대안, 곁에 선 이들의 지혜를 나누다.” 포럼(이하 ‘포럼’)이 열렸습니다.
올해 2월 토론회 이후로 오랜만에 많은 이들과 함께 만나는 행사였는데요.
청소년을 지원하는 현장의 활동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공유하며 고민을 채워나가고 싶은 마음으로 활동가들을 직접 만나고 소통해가며 초대했습니다. 청소년 일시쉼터, 청소년 이동쉼터, 드롭인센터, 그룹홈, 피해지원시설, 지원기관 등 총 14곳의 기관 활동가 21명이 포럼에 참석하셨습니다.
이번 포럼은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이하 ‘청주넷’)가 처음으로 네트워크 외의 청소년 지원 현장 활동가들과 만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1부 첫 번째 순서로, 청주넷의 조직 취지 및 활동 과정을 소개하였고, 이어서 청주넷에서 고민하여 만든 아동·청소년 주거권 원칙을 처음으로 공개하였습니다.
청소년 인터뷰를 통해 정리된 청소년들이 직접 경험한 고통 그리고 사회에 요구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설명한 아동·청소년 주거권 원칙에 많은 분이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아동·청소년 주거권 원칙>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1. 보편적 권리로서의 주거권 주거권은 모든 인간 개별의 권리다. 부모나 보호자에게 의탁된 존재가 아닌 독자적 개인으로서 아동․청소년의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
2. 주체성과 자기결정권 ‘누구와 함께, 어디서, 어떻게 살지’ 선택하고 결정하는 권한은 아동․청소년 자신에게 있다.
3. 동등하고 존엄한 시민으로서 지역․사회와 연결 아동․청소년은 미성숙하고 결핍된 존재가 아니며, 쉽게 하대해도 되는 ‘아랫사람’이 아니다.
4. 조건 없는 주거 주거위기를 겪고 있는 아동․청소년에게 전제 조건 및 거주기간의 제한이 없는 주거를 우선 제공해야 한다. (Housing First)
5. 차별과 혐오,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주거 어떠한 주거에서든 아동․청소년이 자기 삶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며, 모든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6. 다양한 주거 주거지원이 원가정과 시설 입소로 양분되는 지금의 아동․청소년 거주 현실을 넘어서야 한다.
7. 적절한 주거 주거권의 핵심 요소를 고려해 ‘최소’가 아닌 ‘적절’ 주거 기준을 충족하는 주택을 제공해야 한다.
8. 권리로서의 보호 긴급한 위기 상황으로부터 탈출한 아동․청소년이 대안적 주거를 찾기 이전 임시로 머무는 거주 공간이 필요할 수 있다.
9. 삶을 위한 지원이 함께 가는 주거 주거는 삶의 안정을 위한 기본이지 전부가 아니다.
(2020.10.07.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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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청소년들과 새로운 주거 대안을 함께 실현하고 있는 “부천시일시청소년쉼터 별사탕&활짝”(이하 ‘별사탕 및 활짝’)과 “새날을 여는 청소녀쉼터”(이하 ‘새날’)의 사례 발표가 진행됐는데요.
크게 기관의 물리적 한계와 조건, 기관의 시도와 고민, 주거권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상상 이렇게 세 가지로 구성된 질문지에 대한 답변으로 준비해주신 이야기를 담은 발표였습니다.
첫째로 두 기관 모두 짚어준 한계를 살펴보면, 우선 ‘거주 인원수로 발생하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는 것과 ‘사생활 보장이 힘들고 개별공간에 대한 청소년들의 욕구와 자유가 상대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또한, 요즘과 같은 ‘감염병 이슈가 존재할 때면 청소년들의 입소도 힘들고 이미 기관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의 거리두기도 힘들어 안전보장에 있어 취약한 공간’이 되어버린다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조건과 관련해서도 청소년 지원 시설이기에 ‘거주 기한과 생활 규칙이라는 조건이 가지는 한계’도 있습니다.
일시쉼터는 “몇일”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중장기 쉼터나 기관도 결국 “끝이 있는 동거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결국 청소년의 주거가 불안정해집니다. 또한 ‘공동생활 방식이기 때문에 다양한 생활 규칙이 발생’하지만, ‘입소자의 참여나 합의가 없는 입소조건’이기에 결국 청소년들이 쉼터를 거부하는 빈번한 이유가 되곤 합니다.
이와 같은 한계와 조건들을 뛰어넘고자 별사탕에서는 ‘활짝’이라는 거주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활짝은 입소 청소년에게 각각의 개별방을 제공하고, 규정된 입소 규칙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입소 해당 청소년과 함께 서로 배려할 점을 의논하여 정하는 등의 원칙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집과 같은 공간’을 구상하기 위해 쉼터의 모델보다는 거주공간을 함께 하는 새로운 대안 공동체로 만든 것입니다.
발표자 강선주 수녀님은 ‘활짝’을 운영하면서 청소년의 일상에 어느 선으로 개입할 것인가를 두고 끊임없는 고민과 선택의 연속을 경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청소년들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친 ‘마음의 힘’을 기르는 것이었고, 청소년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고 했습니다.
이 마음의 힘을 통해 청소년이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면서 스스로와 주위를 돌아보는 힘이 생길 때 변화의 동기들이 생겨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한편, 새날에서는 퇴소자 청소년의 의견을 반영해 가치를 공동의 규칙으로 두고 그 안에서 자신을 위한 개별화된 규칙을 설정하는 등의 새로운 시도를 도전했습니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정상 가족의 정의에서 벗어나 개별화된 1인 가족으로의 모습을 존중하고 1인 가족들이 모여 함께 살기를 연습하는 공간으로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목적이 있는 Share House를 꿈꾸며 1인 1실 혹은 2인 1실로의 변화, 휴대폰 자율 사용 등 공유시간과 개인의 시간을 존중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기관 1층에 대안적 주거공간인 청소년 게스트하우스 ‘내방 우리방’을 운영하였습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운영 중단 상태입니다.) ‘내방 우리방’은 십대 여성이라면 누구나 일정의 비용을 지불하고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하여 누리며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입니다.
마지막으로 두 분은 청소년 주거권이 정책적으로 실현된다면 청소년들의 상황과 욕구에 따른 형태별 주거 모델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청소년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절충안, 선택지, 대안들이 있어야 청소년의 주체적인 자기결정권 사용이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주거 모델이 만들어지고 운영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대안을 인정하며, 국가의 예산 지원 및 인력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청소년들의 삶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주거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거와 함께 다른 서비스도 필요하다며 다른 정책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청소년들의 참여를 통해 변화할 수 있고 안정된 주거 형태들이 생겨나길 바란다며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2부는 청소년 주거권 원칙을 기반으로 현장에서 주거권을 실천해가는 과정에서의 우려를 짚어보고, 청소년 주거권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찾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려를 이야기하는 ‘우우팀’, 대안을 이야기하는 ‘솔솔팀’으로 조를 나눠 참석한 모두가 실제 고민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우팀에서는 청소년 주거권이 실현된다고 가정했을 때, 어떤 고민과 우려들이 떠오르는지 이야기하며 공유했고, 솔솔팀에서는 모든 고민을 내려놓고 주거권을 실현하기 위해 혹은, 실현된 이후 새로운 대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조별 논의하며 나온 고민과 우려, 새로운 대안들은 사진과 같이 칠판에 붙여 카테고리별로 정리해봤는데요. 집중적으로 진행된 조별 논의는 청소년 주거권에 관한 실무자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다양한 대안들을 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함께 정리한 위 사진의 카드 내용]
고민과 우려 : 청소년의 행위 능력 제한, 조건부 형태의 주거 및 서비스 제공, 주거 유지에 대한 걱정, 전문 인력 및 근무 환경, 사각지대의 발견, 거주지 외의 서비스
새로운 대안 : 청소년들의 소득 확보, 통합적이고 일관된 지원, 종합 & 맞춤형 지원 및 설계, 계약 및 권리 연령 하향, 다양한 주거 형태, 온라인 플랫폼 제작
정리된 우우팀의 우려와 솔솔팀의 대안을 각자 짝을 맞춰 “걱정-대안”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은 실로 이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청소년 주거권에 대한 고민은 서로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연결되어 있고,
나아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도 함께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공유의 시간 이후 마무리하며 참석자들의 포럼에 대한 소감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이 청소년 주거권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고, 이번 포럼과 같은 자리가 더욱 자주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같은 주제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면서 위안을 얻기도 했고,
더 나은 자리를 기대하게 되었다.”
“많은 걱정을 하고 왔지만, 포럼을 기회로 생각의 폭을 넓혀갈 수 있으면 좋겠다.”
“실무자 노동권과 전문성, 청소년의 선택권이 함께 가는 맥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의 선택지가 넓어진다면 실무자의 노동권도 확보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의미에서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
“혼자 답을 찾으려고 보면 어렵고 힘든데
만나서 나누고 함께 하는게 힘이 되는 것 같고 앞으로도 잘 이어졌으면 좋겠다.”
“오늘 같은 자리를 통해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있었으면 좋겠다.
고민 공유에서 끝나지 않고 같이 더 하고 싶다.”
“힘을 보태기 위해 같이 참여할 수 있는 집단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뜻깊은 자리였다.”
또한, 시간이 짧아 아쉬웠다는 이야기도 있었을 만큼 모두가 집중하여 머리를 맞댄 포럼이었습니다.
정책 제안, 청소년의 행위 능력에 관한 문제 해결 등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가 가져가야 할 숙제를 확인할 수 있었고, 참석하신 분들과의 지속적인 네트워킹도 약속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청소년 주거권에 관해 논하고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자리가 계속해서 마련되길 바라며, 더욱 많은 분이 참석하여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어느덧 연말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가 남은 11월과 12월, 그리고 내년엔 어떤 활동을 이어갈지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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