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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기자단 기사

사진 속에 갇힌 아이들 - 아직 돌아오지 않은 그들을 기다리며

by 함께걷는아이들 2020. 12. 10.

 

 

네이버 검색창에 아무 검색어도 치지 않고 무작정 검색하기 버튼을 누른 적이 있다. 쓴 말이 없으니 당연히 검색 결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텅 빈 화면이 나왔다. 다시 검색어를 고치려던 순간, 오른쪽 한 켠 작게 뜨는 창에 적힌 말들이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실종 아동 정보. 이름, 실종 당시 나이, 현재 나이, 그리고 실종 장소. 어느 누군가가 애태우며 제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의 정보가 담긴 공간이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이태원 뒷골목에 간 적이 있다. 아버지의 양복을 찾기 위해 부모님이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나는 장난을 치기 급급한 마음에 혼자 길거리로 나갔다. 몇 분이 지난 후에야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순간 무언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겁에 질려 무작정 울기 시작했다. ‘길을 잃으면 일단 그곳에 가만히 있어.’ 늘 부모님께 들은 말이었지만 막상 정말 홀로 남겨지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결국, 나는 한참 뒤에야 주변 상인들의 도움으로 왔던 길을 되돌아 갈 수 있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내가 느꼈던 공포가, 그리고 사색이 된 부모님이 날 보자마자 무너지듯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수년이 지난 지금도 쉬이 잊히지 않는다.

 

그 날 이후부터 유난히 실종 아동 광고가 눈에 자주 들어왔다. 사람을 찾습니다. 비슷한 제목의 광고들은 매번 다른 아이들의 사진을 품고 있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하나였다. 실종 당시 나이가 기껏해야 10대 전후인 것과 달리 현재 나이는 내 또래인 20대이거나 30대라는 것이다. 그 세월의 틈을 세어볼 때마다 아득해진다. 긴 시간 내내 그들을 찾아 헤맨 이들의 마음이 어떨지, 나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사진 속 아이와 잠시 시선을 맞추며 앳된 저 얼굴이 지금쯤 어떻게 변했을지 상상해 볼 뿐이다.

 

 

 

◇ 여전히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

 

장기 실종 아동의 문제 중 하나는 남겨진 가족들이 고통의 악순환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사라진 게 내 탓은 아닐까, 하는 죄책감. 언젠간 다시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함. 아이를 찾는 데 소모되는 막대한 비용 소모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이 모든 걱정을 번갈아 겪게 되며 신경은 닳고 감정은 마모된다. 기다림 속에서 지속적인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이들의 고통을 부추긴다. 그만큼 찾아봤으면 됐다거나, ‘이 정도로 찾았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걸 보면 사실….’이란 말로 시작하는 무례한 말들은 가족들을 무너지게 한다.

 

가장 잔인한 건 가족들의 기억은 아이를 잃어버리게 된 그 날에 멈춰있다는 것이다. 몇 달, 몇 년, 몇십 년이 지나더라도 가족들의 기억에 아이는 여전히 말 그대로 ‘아이’의 모습으로 남게 된다. 세월이 흘러 변했을 아이의 모습을 쉽게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건 가족들에겐 또 다른 상처가 되는 것이다.

 

 

◇ 한 가족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

 

실종 아동 중엔 유독 20년 이상의 장기실종아동이 많다. 이는 당시 시대 상황과 관련이 깊다. 약 20년 전, 그때는 실종 아동 수색 시스템이 매우 미흡했으며 수사 체계가 정확하게 세워져 있지 않던 시절이었다. 또한, 지금처럼 CCTV나 위치추적 등의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을 때라 수사에 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현재 실종 아동 발견 소요시간은 매년 단축되고 있다. 실종아동찾기협회에 따르면 실종신고가 접수된 아이들 4명 중 3명이 하루 안에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2012년 개정된 지문 사전등록제도 덕분에 실종 아동의 99%를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실종 아동 문제는 제도적인 지원과 사회 전반적인 관심이 합쳐지면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이러한 조치가 미흡했고, 결국 모든 죄책감과 책임이 실종 아동 가족 당사자에게 미뤄졌으며, 그들의 고통은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 아동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지문사전등록제’

 

‘지문사전등록제’는 2012년 7월에 처음으로 도입된 제도이다. 18세 미만의 아동, 장애인, 치매환자 등이 실종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지문과 사진, 보호자 인적사항을 경찰청 실종자관리시스템에 등록하는 제도이다.

 

일반적으로 실종 아동의 발견에는 평균 9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길을 잃는 등 보호자가 확인되지 않는 아동 등이 발견되면 경찰에서 실종신고 여부 확인 및 주변에 보호자가 있는지 수소문한 후, 보호자를 찾지 못하면 복지시설로 인계하게 되는데 이처럼 시설로 입소하게 되는 경우 찾는 시간이 길어져 아동과 보호자가 겪는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커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문사전등록제를 통해 사전에 정보를 입력해놓은 아동의 경우, 평균 45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별도로 실종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경찰에서 신원을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등록을 이용해 아동을 찾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신상정보 및 신체 특징을 검색하고, 사진을 이용한 얼굴인식을 거친 뒤 지문을 이용한 지문인식 방법까지 활용한다.

 

 

◇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때

 

지난 5월 25일, 세계 실종아동의 날을 맞이하여 택배사 ‘한진’은 실종 아동 찾기 캠페인 ‘호프테이프(Hope Tape)’에 참여했다. ‘호프테이프’ 란 장기실종아동 28인의 실종 당시 모습과 경찰청의 ‘나이 변환 몽타주 기술’로 재현한 현재 추정 모습, 실종 장소, 신체 특징 등 실종아동의 정보가 담긴 테이프다. 한진과 우정사업본부는 이를 택배상자에 부착하게 하고, 택배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이를 보고 장기실종아동에 대한 관심을 갖고 나아가 실종 아동 찾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독려하였다.

 

장기실종아동은 사실 누군가 제보해주지 않는 이상 찾기가 매우 힘들다. 무엇보다 지속적이고 대중적인 관심이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세계 실종 아동의 날이나 가정의 달에만 잠시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닌, 전국민적으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실종 아동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12월. 한 해의 끝이자 지난 1년을 마무리하는 달이다. 많은 이들이 가족과 한 곳에 모여 행복한 연말을 보내는 달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기다리는 그들의 가족들이 있다. 그들의 기약 없는 기다림이 끝날 수 있도록, 모두가 관심을 두고 함께해야 할 때이다.

 

 

 

 

[참고자료]

1) ["장기실종 아동, 제보가 필수" [실종아동주간 잃어버린 가족찾기 17년], 파이낸셜뉴스-이병훈 기자, 2020.05.25., https://www.fnnews.com/news/202005251742030791

2) [실종아동찾기 실질적 방안은… 지문 등록하고 사진 적극 홍보해야], 중부일보-정성욱 기자, 2020.05.25., http://w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idxno=363422204

3) [[실종 아동의날] 잃어버린 내 아이... “실종아동 99% 찾는다”],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2019.05.23., http://www.ej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512

4) [“택배상자에 실종아동 28명 얼굴 담았다”…한진, 호프테이프 캠페인 참여], 조선비즈-김우영 기자 , 2020.05.25.,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25/2020052500493.html

5) [[취재후] “잊을 수 없는 잃어버린 아이”…장기실종아동 486명-1명], KBS NEWS-오대성 기자, 2019.10.23.,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4308569

6) [실종 그 후 ‘자책·가난·가정해체·고립’…“치유, 관심 필요”], KBS NEWS-오대성 기자, 2019.10.20.,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306384&ref=A

7) [‘지문사전등록제’ 기자가 직접 등록했더니…"10분이면 끝, 정말 간단하고 쉬워”, 한국경제-류신애 기자, 2017.09.13., https://www.hankyung.com/news/article/201709133899o

8) [실종 예방을 위한 사전등록 확인서 출력, 정부24, https://www.gov.kr/portal/service/serviceInfo/PTR00005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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