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의 비대면 학습권과 지원,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현실
장기화된 코로나19로 비대면 교육으로 지속되는 가운데, 장애학생을 위한 교육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현재 장애학생 교육은 실시간 화상 강의(zoom)와 컨텐츠 활용 강의, 과제 제출 형식의 수업으로 진행되는데, 이러한 원격 교육에서 장애학생이 학습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발생한다.
지난 5월 28일, 한국장애인재활협회에서 주관한 ‘시‧청각장애 대학생 온라인 학습권 현황 및 과제’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6명의 시·청각장애학생이 참여하여 현재 시행되는 원격 교육에 대한 문제점을 각기 짚었는데, 장애 학생들의 환경을 배려하지 않은 지원 제도와 다른 학생들과 동일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점을 강조했다. zoom 수업 같은 경우, 스크린 리더로 읽기 힘든 자료나 빠르게 반복되는 ‘화면 공유’를 통한 자료, 작아진 교수자의 입 모양, 영상과 음성의 정신 없는 교차 등의 문제점을 짚었다. 과제 제출과 온라인 시험에 관해서도 문제점을 제시했다. 다른 학생들에 비해 타이핑하기와 점자 읽기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고, 속기사에게 속기록을 늦게 받게 될 경우 제출 기한을 대비할 시간이 부족한 점 등을 짚었다. 또한 수강신청 때부터 ‘장애학생 지원사항’ 내용이 모호하고 불분명하여 수업을 고를 때부터 어려움을 겪는다고 주장했다*
* 이슬기, 「장애대학생 온라인 줌 강의 ‘산 넘어 산’」, 에이블뉴스, 2021. 5. 28
학교에서 장애 학생을 지원하는 센터 역시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었다. 지난 8월 6일,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주관으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장애성인학생의 학습권 침해 사례 보고 및 정책 제언’ 집담회가 개최되었다. 장애대학생 및 성인장애인야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는데, 그 중 장애학생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장애학생지원센터’에 관한 문제점이 제시되었다. 교직원 한 명당 담당하는 학생 수가 너무 많아 인력이 부족한 점, 학생들의 강의자료나 시험장소 편의제공 역할을 제때 하지 못해 불이익을 당한 점, 장애 정도와 유형에 맞는 기기를 지원받지 못하는 점 등 지원센터의 무책임한 역할을 지적했다**
* 이가연, 「'학령기 아니라서’ 배제된 성인장애인들의 교육 수난기」, 비마이너, 2021. 8. 6
* 백민, 「코로나19 속 성인장애인 교육정책 ‘미비’」, 에이블뉴스, 2021. 8. 6
앞서 언급된 장애 대학생의 피해와 마찬가지로, 초중고 장애 학생들도 비대면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4월, 자폐성 장애를 지닌 특수학교 고등 3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반복적으로 시청하는 성향 때문에, 다른 동영상 콘텐츠로 넘어가면 창을 바로 닫아버린다고 한다. 그리고 그 행동을 제지하거나 개입하면 자해 행동을 하기에, 장애 학생의 건강은 물론 제대로 된 수업 수강이 되지 않는 상황을 보여준다.* 또한 지난해 10월,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에서 당시 국정감사 때 EBS(한국교육방송공사)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보다 장애학생을 위한 자막 파일의 비율이 감소했다고 한다. 초·중 교육과정 강좌 중 자막파일이 있는 강좌가 72.4%로, 지난해 비율인 85.4%에 비해 줄었다. 심지어 고교 교육과정 강좌는 올해 66.9%, 지난해 66.5%로 비대면 교육이 상용화된 상황에서도 늘지 않고 있었다. 즉, 초중고 학생들의 비대면 학습권이 역시 실질적으로 대비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 허현덕, 「장애인 교육권② 장애학생에게 더욱 가혹한 온라인 개학」, 비마이너, 2020. 4. 17
* 박성용, 「EBS 강좌 시청, 청각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 웰페어뉴스, 2020. 10. 30
형식적인 수준에서 벗어나, 학습권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과 적극적 지원 필요
앞서 언급된 사례와 같이, 현재 코로나 상황에 있는 장애학생들은 형식적인 절차 안에서 실질적인 지원을 받고 있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장애인 위주의 학습 환경에서 벗어나 장애학생을 위한 학습 환경과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지난해 4월, 교육부에서 실시한 원격수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온라인 개학의 안정화를 위한 필요 자원으로 ‘다양한 콘텐츠 개발 및 보급(56.3%)’, ‘맞춤형 원격수업 플랫폼 구축(25.1%)’ 순으로 결과가 나왔다. 이에 올해 5월 26일에 열린 국립특수교육원 주관 국내 세미나 ‘코로나 이후 시대 장애학생 미래교육의 비전과 과제’에서 특수교육 교육과정에 맞는 장애 유형별 디지털 학습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시청각 장애학생을 위한 시각정보의 화면해설, 점역자료, 수화 또는 자막 제시가 적극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리고 장애학생의 접근성을 올릴 수 있도록 독립된 플랫폼을 통해, 각 장애 유형에 맞는 개별화된 교육용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장애학생들의 원활한 온라인 교육을 돕기 위한 ‘촉진자(facilitator)’ 역할을 언급하며, 장애학생들을 도와주는 주변인의 보조 지원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다 장애학생의 학습 동기와 지속성을 높이고, 편리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함을 보여준다**
* 제 28회 국내세미나 자료집 〈코로나 이후 시대 장애학생 미래교육의 비전과 과제〉
* 이재상, 「코로나시대, 특수교육 교육과정 맞는 장애유형별 디지털학습 콘텐츠 개발돼야」, 미디어생활, 2021. 5. 27
보조기기나 각종 지원의 예산 편성도 더욱 높아져야 한다. 앞서 언급된 토론회에서, 보조공학기기 및 IT기기가 높은 가격으로 편성되어 구입하기 어렵고, 기기를 지원받는데도 충분하지 않기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작년 3월에 교육부에서 시행했던 원격교육 지침에서 장애학생에 대한 지원책은 그저 보조공학기기를 지원하는 정도였고, 올해 7월이 되어서야 장애학생 교육 지원 정책을 발표해 더 많은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루 빨리 정책 지침이 제대로 시행되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장애학생들을 위한 예산과 지원이 충분히 마련되기를 바란다. 환경이 더 나아져야 학습할 권리가 보장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역할이 적극적으로 활성화되어야 한다. 토론회에서는, 많은 장애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지원 자체를 알게 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센터 자체의 적극적인 홍보와 활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동 자막 프로그램 또는 수업 자료들을 지원센터에서 대신 자막을 직접 넣어주거나 제작하여 제공하면, 장애학생들은 더 나은 수업 환경과 자료를 통해 수월하게 학습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슬기, 「장애대학생 온라인 줌 강의 ‘산 넘어 산’」, 에이블뉴스, 2021. 5. 28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건 장애학생들의 ‘집중력’과 ‘흥미’를 이끌어야 하는 교육과정의 변화다. 현재 시행되는 특수교육과정과 학습 동영상은 현재까지도 큰 변화가 없어, 이전과 똑같은 지원이 늘어나도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각 장애학생들의 유형과 지식수준을 철저하게 조사하여 분석하고, 이를 새로운 특수교육에 반영하여 다방면의 접근성과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그들의 학습이 사회의 첫 길로 향하는 보장된 길이 되도록, 그들의 권리가 더욱 보장받고 충족되는 교육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https://www.imedialife.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762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1784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14577
▶http://www.welfare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75521
▶제 28회 국내세미나 자료집 (코로나 이후 시대 장애학생 미래교육의 비전과 과제)_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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