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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기자단 기사

청소년 산모에게 출산을 결정할 권리를 쥐여주기

by 함께걷는아이들 2023. 10. 17.

 MBN의 한 예능 ‘고딩엄빠’를 향한 따가운 시선이 계속되고 있다. ‘고딩엄빠’는 10대에 부모가 된 부모 혹은 미혼모를 보여주는 프로인데 미성년자와 성인 간 교제 및 출산을 다루기도 하면서 청소년 임신과 출산을 미화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진 것이다. 그러나 고딩엄빠를 보면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뿐이 아니다. 청소년 시기에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게 된 출연자들의 당시 일화를 들어보면 임신 후 사회 ·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낙태를 결정하지도 출산을 결정하지도 못한 채 만삭을 겪게 된 사례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난 6월, 한 출연자의 사연을 소개하는 재연 영상에서 재정 문제로 인해 낙태를 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삭까지 시간이 흐르고 말았다는 내용이 실제로 방영됐다. 청소년 산모가 예상치 못하게 임신했을 경우 임신 중절이나 출산을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는지, 그런 환경이 조성돼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헌법 제36조 2항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청소년 임신, 현 상황은?

 그렇다면 청소년 임신의 현황이 어떠한지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9월 육아정책연구소에서 발표한 ‘육아정책포럼 제73호’에서는 ‘청소년 산모 현황 및 지원 정책 개선 방안’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제73호에 기재된 통계청 인구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전체 출생아 272,337명 중 19세 이하 청소년 산모가 출산한 신생아 수는 918명으로 출생아의 0.34%는 청소년 산모에게서 태어났다.

출처 :  육아정책포럼 제73호

 해당 포럼에 따르면 청소년 산모는 임신 사실 인지 및 의료시설 첫 방문 시기가 일반적인 산모의 경우에 비해 비교적 늦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산모의 초진 시기는 6주 이내에 이루어졌지만 10대에 자녀를 출산한 미혼 한부모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2주로 그 차이가 뚜렷하다. 여기서 18세 이하 산모의 의료시설 방문이 지체되는 이유를 들여다보니 ▲병원비가 없어서(40%) ▲출산 여부 결정 못함(30%) ▲두려워서(10%) ▲임신 사실 노출 우려(10%) ▲기타(10%) 순으로 지연 사유가 나타났다. 이로써 18세 이하 산모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병원에 방문하기까지 재정 문제와 출산 여부 고민 문제가 청소년 산모에게 크게 다가올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선명한 두 줄, 선택의 순간

 출산 여부를 결정하면서도 그리고 결정한 이후에도 청소년 산모는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자신과 아이에 대한 고민을 멈출 수 없다. 본 기사에서는 임신 중단 또는 출산 결정 시 뒤따르는 문제로 부정적인 사회의 시선, 사회적으로 자리 잡지 못한 낙태법 그리고 재정적 문제가 공통적이라고 본다.

⓵임신 중단
 임신 중지와 같은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지난 2019년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한다고 결정내린 바 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여성의 임신중지권이 헌법 제10조에서 정하는 행복추구권에서 나온 자기결정권의 핵심이라 판단해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헌법불합 결정을 내렸었다. 이는 여성이 임신을 유지할 것인지 혹은 중단할 것인지에 관한 결정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여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낙태법에 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낙태 찬반 의견이 뚜렷하게 갈리고, 산모와 태아 즉, 산모의 권리와 태아의 생명을 두고 절충안을 내려야 하다 보니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인정됐다고 한들 이후 해당 판결이 사회에서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해 사실상 헌법과 현실 사이에 공백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러니 일반적인 산모도 낙태가 쉽지 않은데 청소년의 경우 임신 사실을 알리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임신 중절을 위한 법적 보호자, 수술 비용, 수술 후 회복 등등의 문제를 혼자 감당해야 한다. 무엇보다 청소년이 임신했다는 것에서 오는 부정적 시선과 낙태를 둘러싼 여러 의견들은 산모에게 죄책감과 두려움을 안겨줄 수 있어 임신 중절 자체를 고려하기도 쉽지 않은 여건이다.
 지난달 15일,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생명은 존중받아야 함이 마땅하기에 출산은 여성의 당연한 의무이고 자기결정권이라는 이유로 이를 부정할 수는 없다는 의미의 발언을 했다. 특히 미혼모와 청소년 산모에 관해서는 ‘어쩔 수 없이’ 낙태를 하는 경우를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포함할 수 없으며 국가가 책임지면 되는 부분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는 결국 청소년은 스스로 자립할 수 없는 존재로 본인의 결정과 무관하게 낙태를 해야 할 수밖에 없으니 이러한 경우 국가가 책임지는 게 맞는 즉, 출산의 결정이 아니라 출산을 강조하는 발언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⓶임신 유지
 출산을 결정하게 됐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육아일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에게는 육아를 시작하기 전 산후조리부터 제대로 넘어가기 쉽지 않다. 18세 이하 산모의 산후 조리 장소에 대하여 살펴본 결과 18세 이하 산모의 산후 조리 장소는 ▲친구 집(35%) ▲형제자매집(25%) ▲산후조리 못함(20%) ▲미혼모 시설(15%) ▲부모님 집(5%) 순으로 나타났으며 19세~24세 산모의 경우에는 ▲친구 집(33.7%) ▲형제자매 집(25.6%) ▲미혼모 시설(16.3%) ▲산후조리 못함(11.6%) ▲산후조리원(10.5%) 순으로 나타났다. 통계에 따르면 18세 이하 산모는 산후조리원이 선택지에 나타나지 않았으며 18세 이하부터 24세까지의 산모 모두 ‘친구 집’과 같이 산후조리를 위한 곳도, 자신의 보금자리도 아닌 곳에서 건강을 챙김이 나타났다.

출처 :  육아정책포럼 제73호

산후 조리가 끝나고 본격적인 육아에 돌입하면 본격적으로 재정 문제가 생기게 된다. 더군다나 학업 공백을 메꾸고 직장을 찾아 육아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입장인데 임신과 출산으로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취업 문제가 생기거나 열악한 일자리에서 일하게 되어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생긴다.

 


청소년 산모에게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이제껏 언급했던 청소년 시기 임신에서 겪는 어려움들은 임신 초기에 임신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지지체계의 취약성에서 시작한다. 그러므로 청소년 산모 지원 정책을 비롯해 청소년 한부모 자립지원 정책 같은 경우에도 임신이란 문제에서 소외되고 있는 청소년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하여 사회의 구성원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방지되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법 제2조 3항에 따르면 ‘임신과 출산’이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심층 면담 결과에서는 청소년 임산부들이 실제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학교에서 자퇴하거나 퇴학하는 등 학업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청소년이 출산과 육아를 겪으면서 자립할 수 없는 가장 큰 장애 요소가 바로 이러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다. 또한 청소년 산모 지원 사업 자체가 사회적 낙인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청소년 산모 의료비 지원 사업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청소년 산모 지원 정책 중에서도 청소년 산모 의료비 지원정책은 출산과 육아에 취약한 청소년 산모를 지원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즉, 청소년 산모 집단을 ‘취약집단’이나 ‘위기집단’으로 간주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사회적 취약집단을 지원해주는 정책으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러나 이러한 현 정책은 사회구성원들이 청소년기 임신을 소위 ‘문제 있는 행위 또는 사건’의 시각에서 바라볼 가능성이 크다. 따라 현재의 정책 프레임을 ‘취약계층’에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계층’에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청소년 임신’이라는 일종의 ‘낙인’은 청소년이 자신의 임신을 유지할지 중단할지에 관한 결정의 폭을 좁게 만든다. 그 좁은 폭을 넓혀 나가야만 청소년 산모가 아닌 ‘산모’로서의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비난하기보다 관심을 가지고 폭을 넓히는 세상이 필요하다.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 청소년의 선택으로
취약계층이 아닌 성장계층으로

 

▷함께기자단 7기 김나영

 


▷출처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108709.html 김행, 미혼모·10대 임신중지에 “자기결정권 없다”...헌재 부정
https://youtu.be/SArc5UQwynw?si=evFuqdC9szwzV7Pn [고딩엄빠3] 불륜녀: 네 배니까 너가 알아서해라 /은우 올인맘 나라네 이야기ep.24
https://kicce.re.kr/main/board/view.do?manage_idx=35&board_idx=46992&menu_idx=26 육아정책포럼 제73호(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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