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께기자단 기사

탈가정청소년을 향한 검은 손길

by 함께걷는아이들 2023. 10. 30.

 탈가정청소년들은 제각기 다른 이유로 집을 나와 길거리를 서성인다. 그리고 청소년들은 당장의 의식주를 해결하고자 낯선 이에게 도움을 청한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 일명 헬퍼를 구한다는 글을 올린 뒤, 헬퍼가 개인 메시지를 보내면 서로의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이다. 기자도 트위터에서 “#헬퍼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출처 : 트위터

 

 그러나 실종아동법 제7조에 따르면 실종아동 등을 경찰관서의 장에게 신고 없이 보호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선의를 가지고 탈가정청소년을 보호하는 경우에도 경찰서에 신고하지 않으면 불법이다. 더 문제는 탈가정청소년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헬퍼다.

 

 3년 전, 탈가정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 성폭력 등의 강력범죄가 보도됐다. 피의자는 헬퍼였다. 청소년을 도와주겠다는 명목으로 유인해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지난달까지도 헬퍼들의 강력범죄가 보도된 가운데, 해당 사안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시급해 보인다.

 

 뉴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7A(30)씨가 SNS를 통해 알게 된 탈가정청소년 B양을 자신의 주거지로 유인하여 8월 중순부터 올 4월까지 하루 3~4차례씩 성매매를 강요했다. 탈가정청소년 C양도 헬퍼에게 성폭행당했다. C양은 지낼 곳이 없었는데 SNS에서 누가 오피스텔이 비어 이용해도 된다고 해서 갔는데 밤에 갑자기 찾아와서 그런 짓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탈가정청소년들이 낯선 헬퍼를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대표적으로 청소년 보호시설에 대한 거부감이다. 청소년 쉼터는 아동학대 등의 예외 상황이 아니면 청소년의 보호자에 먼저 연락을 취한 후 입소 절차를 진행한다. 하지만 일부 탈가정청소년들은 집이 싫어서 떠났는데 부모님한테 연락이 가는 건 너무 싫다며 쉼터에 대한 거부감을 표했다.

 

 청소년쉼터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들이 잘 닿지 않고, 실제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탁틴내일 관계자에 따르면 탈가정청소년들이 청소년쉼터 등 공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모르거나, 알아도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탈가정청소년들에겐 다양한 지원이 필요한데, 나쁜 헬퍼들은 그러한 청소년들의 심리적경제적 취약함을 악용해 다양한 범죄를 저지른다. 그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그루밍 범죄. 헬퍼들은 탈가정청소년을 기만’, ‘협박’, ‘회유해 심리적 유대관계를 형성한 뒤 성폭력을 저지름으로써 청소년들이 합의에 의한 성관계인지, 혹은 강제에 의한 성폭력인지 판단할 수 없게 만든다.

 

 실제로 탁틴내일이 익명의 여학생을 가장해 SNS 계정을 만들고 헬퍼를 구하는 글을 올리자 1주일간 162명으로부터 개인 메시지(DM)가 왔으며, 이들 중 몇몇은 초기에는 도움을 제공하는 듯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성관계를 요구했다고 한다. 기자도 트위터에서 악의적으로 여자 청소년만 찾는 헬퍼를 발견하기도 했다.

 

 결국 탈가정청소년들을 범죄의 온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법은 청소년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먹고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청소년쉼터 입소 절차의 수정이 있다. 아동학대를 제외한 모든 탈가정청소년들에게 보호자 연락의 절차를 취하기보다, 전문가가 탈가정청소년들과 상담을 진행한 후 보호자 연락 시 쉼터 입소를 거부할 청소년을 선별하여 보호자 연락의 절차를 생략해야 한다. 이와 같은 입소 절차상의 수정이 이뤄진 하에, 쉼터 수를 늘리고 전국 각지에 쉼터를 고르게 배치하여 청소년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

 

 쉼터를 퇴소하는 탈가정청소년들에게 무조건적 가정 복귀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탈가정청소년들은 집이 싫어서 떠났다. 어른의 관점에서 가정은 안전한 곳으로 보일지 몰라도, 탈가정청소년들에게는 정신적 혹은 신체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곳일 수 있다. 따라서 청소년이 기간만료 등의 이유로 쉼터를 퇴소할 경우 청소년의 선택을 먼저 묻고 그에 맞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미국은 단기 쉼터 수용 이후에도 가정 복귀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청소년들에게 장기적인 주거와 학업 및 직업 훈련 교육을 제공한다. 이처럼 쉼터는 탈가정청소년들의 개별상황을 파악해 의식주와 더불어 자립할 기회를 제공하여 그들이 낯선 이의 도움을 찾아 길거리를 배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루밍 범죄 예방 교육도 실시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가정을 떠나면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해결이 안 돼 어떠한 도움도 절실할 것이다. 게다가 낯선 이의 호의와 악의를 구분하기 어려워하는 청소년도 있다. 따라서 학교에서부터 그루밍 범죄의 수법과 예방책을 교육해 청소년 스스로를 보호하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 이외에도 교내 그루밍 범죄 상담을 진행해 그루밍 범죄 속 청소년을 구해내는 노력도 필요하다.

 

 청소년주거권 네트워크 은 탈가정청소년들이 안전한 공간에서 먹고 살 수 있도록 아동청소년 주거권 홍보 및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노력에 더해 정부 및 지자체가 관련 정책제도를 빠르게 정비한다면 탈가정청소년들의 생명권, 건강권은 더욱 보장될 것이다.

 

▷함께기자단 7기 윤채빈

 

 

참조

 

구무서, <'헬퍼' 가면 쓴 성범죄…익명 계정에 162건 '나쁜' 메시지>, 뉴시스, 2023.05.26.,

https://newsis.com/view/?id=NISX20230525_0002317085&cID=10201&pID=10200

 

김수연, <가출 청소년 "헬퍼 집서 성폭력 당해, 그래도 재워주고 먹여줘 신고 못하겠다" 호소>, 세계일보, 2023.05.26.,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526510754?OutUrl=naver

 

박나은, <가출했다가 성범죄 당할뻔했지만…“그래도 집엔 안간다”는 아이들>, 매일경제, 2023.05.29., https://www.mk.co.kr/news/society/10747693

 

이광식, <위기청소년 가출, 일반에 9배…절반이 부모 폭력>, 한국경제, 2022.04.28.,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204288988i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