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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함걷아가 만난 사람들

[함께걷는아이들 인터뷰] 올키즈스트라 상위관악단 10년차 강사 색소포니스트 권다은

by 함께걷는아이들 2025. 6. 4.

한 자리에서 열 번의 봄을 지난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피어나는 꽃들을 보게 될까. 하나하나 아름다운 꽃인 아이들과 10년을 보낸 올키즈스트라 상위관악단 권다은 선생님. 저마다의 향기로 가득한 꽃밭을 가꾸어 온 선생님의 소감과 이야기를, 스타필드 코엑스몰에서 개최된 상위관악단 올콘(All-con) ‘다시 만난 세계의 현장에서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권다은 선생님! 10년 동안 올키즈스트라에서 교육자로 활동하며 이번 공로상을 받게 되셨는데 인사 말씀과 소감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올키즈스트라 상위관악단 색소폰 강사 권다은입니다. 상위관악단 아이들을 만난 지 벌써 10년이 되었다니 새삼 놀랍네요. 그간 함께했던 아이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많이 생각나고 또 보고 싶습니다.

 

올키즈스트라 상위관악단권다은 색소폰 강사

색소폰을 전공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에 관악부가 있었어요. 먼저 들어간 친구를 따라 들어갔습니다. 쉽게 말해 친구 따라 강남 간 경우예요. 관악부에 입단하면 선생님들이 악기 배정을 위해 치열을 보시는데요.

저는 당시 아는 악기가 클라리넷밖에 없어서 클라리넷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연습실 맞은편에 색소폰 하는 친구가 앉아있는 거예요. 그 소리를 듣고 멋있어 보여서 색소폰으로 바꿨어요(웃음).

 

색소폰은 클라리넷보다 악기가 크고, 클수록 소리내기가 편하더라고요. 음역에 따라 소프라노, 알토, 테너, 바리톤, 베이스 등 여러 악기가 있지만 알토 색소폰만 배우면 다 불 수 있어요. 대학 입시도 알토 색소폰으로 하거든요그리고 합주하면서 나머지 악기들을 익히게 돼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다른 관악기에 비해 색소폰이 배우기 쉬운 것 같아요. 리코더랑 운지법이 똑같아서 초등학교 때 리코더를 배운 친구들은 운지 때문에 어려워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관악기들은 입으로 부니까 치열이나, 입술 두께 등에 예민하잖아요. 색소폰은 그런 부분에서도 좀 더 자유로운 편이에요.

 

색소폰을 처음 불었을 때 기억이 나시나요? 그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그래, 이거다!’ 싶었습니다. 머릿속에 우와~’라는 생각뿐이었어요. 지금도 종종 느끼는 건데요. 무대에 쉬는 마디에서 조명을 볼 때, 마치 구름 위에 있는 것과 같은 황홀함이 있어요. 순간 몽롱해지면서 그 조명들이 저를 보고 있는 것만 같달까요(웃음). 저는 현재 올키즈스트라와 같은 편성인 윈드 오케스트라와 색소폰으로만 구성된 '울림 색소폰 앙상블'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무대에 설 때마다 연주자로서 맞이하는 순간들에 감사함을 느끼곤 합니다.

 

10년 전 올키즈스트라 상위관악단 권다은 강사, 어떻게 기억하고 계세요?

상위관악단은 튜바 양은영 선생님의 추천을 받았어요. 은영 선생님과는 오랜 친구이기도 하고, 저도 아이들과의 음악 수업을 좋아하니 부담 없이 지원했죠. 사실 처음에는 엘 시스테마 형 오케스트라가 무엇인지 잘 몰랐어요. 사회복지법인에서 운영하신다고 하니 더욱 생소했고요. 하지만 한 해 한 해 아이들을 만나면서 저도 배운 것들이 있었고, 은영 선생님이 과정 중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사회복지사 자격증까지 따시는 걸 보면서 저도 관계에 있어 조금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초반에는 결과를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어요. 레퍼토리를 완성시켜야 하니까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에게도 완성도를 위한 연습을 많이 강조했죠. 저는 음악 안에서의 약간의 스트레스는 아이들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는 데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아이들이 무대에 서는 연주자로서의 책임감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때나 지금이나 그 생각은 유효하지만, 현재는 아이들이 음악은 즐거웠었다.’라는 기억을 우선시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조금 못해도 즐거웠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합니다.

 

합주 중인 올키즈스트라 상위관악단 아이들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권다은 강사

 

곁에서 보았을 때 다정하지만 선을 지키고, 따뜻하지만 단단한 지도 스타일이라고 여겨지는데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쓰시나요?

제가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면을 보신 것 같습니다(웃음). 아이들에게 참여는 유도하되 참견은 하지 말자의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필요한 걸 채워주는 조력자 정도랄까요. 한 발 뒤에서 지켜보다 아이들이 도움을 꼭 필요로 할 때 최소한으로 움직이려고 노력해요. 아이들의 주도적인 음악성을 키워주고 싶거든요.


특히 함께걷는아이들의 전공지원을 받는 친구들에게는 더 신중하게 접근해요. 어려워도 타협하지 않고, 꼭 부딪히고 극복하도록 유도하죠. 음악적인 얘기를 할 때도 무척 조심스럽습니다. 아직 자신만의 음악성이 정립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제 한마디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취미로 하는 친구들은 옥타브를 내려서라도 재미있게 하게 하고, 아니면 베이스만 불더라도 합주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합니다. 어떤 경우에든 저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본인의 생각을 정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해요. 제 생각을 말하기보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먼저 들어보고, 저 역시 유연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합주 중에도 틈만 나면 아이들에게 말로 설명합니다. 상위관악단은 연주곡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강사들이 음악가로서 반드시 내야 하는 소리들이 있어요. 그 와중에 아이들의 수준차도 있으니 서로 다르게 신경 써야 하는 점이 강사로서는 역시 쉽지 않은 도전이죠.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10년 차가 되니 많이 능숙해진 것 같네요(웃음).

 

교육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원칙이 있다면요?

음악 안에서 스스로 찾는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예체능이란 분야는 본인의 적극성과 즐거움이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다음 재능과 성실함이 더해질 수 있다면 좋은 악기 실력을 갖출 수 있고, 음악을 인생의 멋진 추억으로 기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 재능이 없더라도 함께 연주를 하는 무대에서의 경험이 오랫동안 기억나겠지요. 그 모든 것을 양분 삼아 당당한 성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악기 연주 측면에서는 기본기를 많이 신경 써요. 악기를 배우지 않더라도 음악에 대한 기본 역량은 공통적인 것이니까요. 그래서 이론도 많이 신경 쓰고 있어요. 저는 필요하다면 악보를 잘 못 읽는 친구들이 계이름도 직접 적도록 하는데요. 전공하는 친구가 아니라면 약간 오픈북처럼 잘 모르더라도 함께 어울리면서 기본기를 익힐 수 있도록 유도해요. 반대로 전공하는 친구들은 계이름을 적으면 제가 이것도 모르냐면서 놀릴 때도 있죠.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겪고 아이들이 20살까지 잘 지내고 성인이 되어 사회로 나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개인적으론 매년 졸업식이 기억에 남아요. 졸업생들은 졸업하기 싫어서 종종 울거든요(웃음).

 

색소폰 연주자로서, 연주와 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나요?

연주가 좋고 즐겁지만, 교육이 적성에 더 맞는 것 같아 딜레마에 빠진 적도 있었어요. 저는 주로 아이들과 수업을 하는데 논다는 생각으로 하거든요. 아이들도 잘 따라주고요. 그러다 보니 자꾸 레슨 문의가 늘었어요. 연주를 멈추고 레슨에 전념해야 할지 고민이 됐어요. 연주는 있을 때도 있지만, 없을 때도 있으니까요. 학원을 차릴까도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음악 안에서 연주와 교육이 같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의 연주자로서의 노하우와 연주법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며 더욱 색소폰과 친해지도록 돕고 있습니다. 반대로 교육자로서 활동하는 것이 저의 연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연주를 준비하며 습득한 과정들을 학생들에게 교육하며 멋진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데에 보탬이 되고 싶어졌어요.

 

무슨 일이든 처음 할 때는 힘들고 어렵죠. 악기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배우고 나아가는 즐거움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 제일 큽니다. 그것이 인생을 헤쳐 나가는 용기가 되길 바라고 있어요. 음악이 저에게 그랬듯이요.

 

친구이자 동료인 올키즈스트라 양은영 튜바 강사()와 권다은 강사()

 

올키즈스트라는 음악 교육과 사회복지가 결합한 모델인데, 이러한 구조 속에서 교육자로서 특별히 다르게 느껴지는 점이 있나요? 복지 기반의 음악 교육 시스템이 일반적인 사설 음악 교육과 비교했을 때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청소년들이 소비하지 않고 놀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올키즈스트라는 학생들에게 일종의 음악 놀이터라고 생각됩니다. 공연을 준비하고, 밥을 먹고 어울리면서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단체랄까요.

 

예전에는 그 과정의 제 역할은 음악 전문가라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사회복지기반의 음악교육을 접하고 행정 선생님들과 아이들을 면밀히 살펴보게 되면서 아이들의 행동들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예를 들어 말수가 적은 친구가 있었는데 편부 가정에서 자라 어머니와의 유대감이 없었던지라 저와의 소통도 살짝 어려워했거든요. 제가 그 사실을 뒤늦게 알고 아이와 솔직한 대화를 나눈 후 급속도로 친해지니 이후 생활이 몰라보게 달라졌어요.

 

어떻게 생각하면 이런 것이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일 수 있죠. 하지만 저는 같이 연주하다가 일부러 되게 무신경하게 가정 환경에 대해 물어봐요. 아무렇지도 않게요. 당연히 첫 만남에 대뜸 물어보는 게 아니라 함께 연주하면서 친해지고, 친해지고, 친해진 다음에 물어보죠. 충분히 신뢰가 형성된 뒤에 가볍게 물어보면 아이들도 제 의도를 알아요. 괜히 실례될까 봐 돌려가며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심 없이, 아이를 맑게 바라보는 마음으로 물어보려고 해요. 물론 전제 조건을 잘 설명한 다음에요.

 

저는 우리 아이들이 올키즈스트라를 통해 양육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할 게 없어서 음악해요가 아니라 여러 가지 체험을 통해 음악이 너무 좋아요라고 말했으면 좋겠고요. 그 과정에서 비용이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해요. 잘 성장하고 사회 구성원으로 나아가서 돈도 많이 벌었으면 하고요(웃음).

 

지난 426일 스타필드 코엑스몰에서 열린 올키즈스트라 상위관악단의 올콘(All-Con) ‘다시 만난 세계

 

아이들과의 추억이나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만나 21살까지 저의 연주회에 와준 학생, 입대 후 제가 보고 싶다고 갑자기 연락 해준 학생, 본인의 꿈을 찾아 대학에 가고 잘 지내고 있다고 연락해 준 학생 등등 성인이 되어서도 저에게 연락해 준 학생들이 생각납니다. 아직도 연락하며 가끔 밥도 먹고 제 연주회에 불쑥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정말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본인이 굉장히 연습을 많이 했다고 어필하고 계속 틀릴 때가 귀엽고 웃음이 납니다. 혹은 본인의 연애 고민을 이야기할 때도 최대한 진지하게 들으려고 합니다. 한번은 갑자기 문자가 왔는데요. ‘선생님을 만난 것 자체가 큰 행운인 것 같아요.’라는 말이 적혀 있었어요. 아직도 잊히지 않네요.

 

함께걷는아이들에서는 여러 측면에서 거의 매년 음악 강사(상밴, 전국 음악강사 등)에 대한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T.A.G.(Teaching Artist Group)라는 단체가 만들어졌는데 소개 부탁드립니다.

T.A.G.는 올키즈스트라의 다섯 명의 수석 강사들이 모여 운영하는 사단법인입니다. 저는 회계 업무를 맡고 있어요. 함께걷는아이들은 T.A.G.가 사업을 진행하는데 엄청난 도움이 되어주세요. 이전에는 강사들이 음악 교육 이면에 있던 행정 업무를 몰랐거든요. 하나의 사업이 실행되는 데에 필요한 인력과 자원의 규모도 몰랐고요. 함께걷는아이들의 교육과 도움이 없었다면 무사히 진행되기 어려웠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저는 강사로서 T.A.G.와 같은 단체가 음악 교육계 내에 많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음악 교육자들의 적극적인 소통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저희 개개인의 경력이 결코 짧은 경력들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각자의 노하우가 공유가 잘 안 돼요. 개인의 교육 경험이나 활동에서 서로가 배울 수 있는 것이 분명히 많을 텐데 그 부분이 늘 아쉬웠어요. 나아가 저희가 현장에서 배운 것들을 이제 시작하는 신진 음악가나 음악교육자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요.

 

이제 막 음악대학을 졸업한 친구들, 특히 관악기 연주자들은 행정을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저 역시 T.A.G.에서 회계 업무를 맡으면서 새로 배운 것들이 정말 많거든요. 혼자 하긴 어렵지만 함께 모이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도 훨씬 쉬워진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이번에 시작하는 서울문화재단의 문화예술교육사업 <우리 함께! On & Off>T.A.G.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창의예술교육이거든요. T.A.G.의 활동을 음악에만 국한하지 않고 예술적인 것으로도 많이 확대하고 싶습니다. 저도 많이 배우고 싶어요.

 

공연 중인 권다은 강사()와 색소폰 파트()

 

인터뷰가 거의 마지막에 이르렀는데요. 음악과 올키즈스트라 그리고 아이들. 선생님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행운으로 다가온 음악은 저의 인생이 되었어요. 올키즈스트라는 저와 함께 성장하는 친구와 같습니다. 10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저도 자라날 수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아이들에게 또렷하진 않겠지만 따뜻했던 선생님으로 남고 싶습니다.

 

10년 전 권다은 선생님과 지금의 권다은 선생님이 만나서 대화한다면, 어떤 이야기들을 나눌까요?

잘했어. 이렇게 오래 할 줄은 몰랐다. 아이들을 잘 이끄는 것도 좋지만, 조금만 더 따뜻하게 대해도 좋을 것 같아.

 

마지막으로, 올키즈스트라 단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반드시 도전하길 바랍니다. 그것이 음악이어도 좋고, 음악이 아니어도 좋아요. 그리고 올키즈스트라에는 여러분을 응원하고 도울 준비가 된 어른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차분히 대화를 이어간 권다은 선생님. 교육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는 사뭇 진지한 표정이었다가 아이들 이야기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가장 좋아하는 색소폰 곡을 묻는 질문에는 색소폰 곡은 다 좋아한다며 얼굴이 환해졌다.

 

인터뷰를 정리하며 선생님의 추천 합주곡 <The Seventh Night of July>를 들었다. 색소폰 솔로 파트에서 선생님이 사랑하는 음악, 아이들, 조명이 빛나는 올키즈스트라 상위관악단의 아름다운 무대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인터뷰 및 정리 심은별(기획자, 앙상블리안 대표)

사진 제공 권다은, 함께걷는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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