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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기자단 기사

[아이가 주인공인 영화 시리즈] 사각지대의 아이들, 가장 필요한 건 진심어린 관심

by 함께걷는아이들 2019. 12. 10.

분노를 사는 영화가 있다. 그것은 도의적이지 못한 영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세상이 도의적이지 못해 만들어 낸다. 영화보다 더한 세상의 이야기 때문에 끔찍한 스토리가 태어난다. 그런데 참혹하게도 비극은 영화나 세상이나 다르지 않고 그 안의 어린 생명은 바라보기에도 아픈 상처를 갖고 살아간다.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 다양한 사연으로 집을 떠나 방황하는 아이는 가출 청소년 패밀리(일명 팸)에 들어가서 곤욕을 당하고, 어떤 아이는 쉼터에서 눈칫밥을 먹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한 아이는 집단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오히려 자신이 떠나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장애가 있는 아이는 보호받아야 할 공간에서 끔찍한 일을 겪는다.


세상의 문제가 영화로 재탄생한다. 탐욕, 무관심과 이기심이 만들어 내는 영화는 이 사회에서 아동과 청소년이 얼마나 살아가기가 힘든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꼬집는다. 그저 바라보기만 하면 우리는 영화 속 그들과 별다를 것이 없다. 영화 속 어른들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를 다루는 작품에서 아이들은 어떤 위협 속에서 살아갈까. 덧붙여 우리가 무심코 잘못을 저지르는 생각들, 혹시 그 모습이 나와 다를 건 없는지 경계심을 품고 살펴보자.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 1 : 꿈의 제인(2016)

 


주인공 ‘소현(이민지)’은 혼자 남겨지는 것이 무엇보다 두려워하며 어떻게든 공동체에 소속되기 위해 노력하는 소녀다. 어울리는 것에 목말라 있지만 소현을 알아주는 건 ‘정호(이학주)’밖에 없다. 그런 정호마저 떠나버리고 소현 앞에 불현듯 나타난 ‘제인’ 그날 이후 소현은 제인과 그녀가 꾸린 공동체 안에서 소박하지만 꿈만 같은 행복을 꿈꾼다.


<꿈의 제인>에는 가출 청소년의 일과가 어떤지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으로 잘 묘사되어 있다. 가출할 수밖에 없는 기구한 사연을 가진 아이들이 차고 넘치는 데 갈 수 있는 곳은 마땅하지 않다. 자신들을 가족이라 부르는 일명 가출 팸에 소속되어 돈을 벌고 함께 살아가는데 그것도 쉽진 않다. 가출 팸에 처음 들어간 소현은 신고식이라는 이름으로 폭행당하면서도 하지도 않은 일에 도리어 사과해야 한다. 당장 잘 곳도 없고, 무엇보다 혼자 남겨지는 것이 죽기보다 싫어서다. 반대로 지수(이주영)는 부당한 일에 화내고 팸을 나오려 하는 당찬 소녀다. 하지만 오히려 같잖은 권력자 병욱에게 끔찍하게 착취당한다. 이런 일을 당하는 동안 그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 어린 소녀가 당한 일도, 그런 아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도 복잡한 마음이 난무한다. 소속감, 돈, 무엇보다 갈구하지만, 아이들에겐 꿈만 같은 단어다. 소소한 행복이 왜 아이들에겐 어렵기만 할까.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 2 : 한공주(2014)

 

 

열일곱 살 여고생 ‘공주(천우희)’. 많이 알고 있겠지만, <한공주>는 밀양 여중생 사건을 모티브로 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친한 친구 부탁으로 자신의 집에 온 남학생들과 말다툼을 하게 된 공주는 그들에 의해 집단 성폭행당한다. 사건 이후 임신까지 한 친구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담임선생님은 피해자인 소녀에게 전학을 요구한다. 설상가상 가해자 부모마저 비상식적인 태도로 아이를 힘들게 한다. 그런데 소녀는 아무것도 잘못에 없다.


실화의 재구성이라는 말을 알고 봐도 믿기 어렵다. 잘못한 게 없는데 너무 많은 짐이 생겨버렸다. 다니던 학교를 떠나야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포기해야 한다. 친했던 친구의 죽음도, 떠나온 학교도 버겁기만 하다. 열일곱 소녀가 감당하기에 너무 벅찬 일이라 바라보는 것도 힘들다. 참혹한 범죄, 여린 희생양의 상처가 이기적인 어른들 때문에 곪을 대로 곪아 버렸다. 아이가 겪어야 하는 일은 타의에 의해 시작됐지만 모두 혼자 감내해야 한다. 아이는 이 과정에서 이미 수차례 죽었다. 하나의 사건엔 너무나 극명한 가해자와 피해자만 있을 뿐이다. 피해자와 가해자 외에 다른 인물들이 해야 했던 역할은 소녀를 도망치게 하는 것도, 짐짝 취급하는 것도, 어쭙잖은 소문을 만들어 내는 것도 아니었다. 진심 어린 위로와 따뜻하고 실질적인 도움의 손길, 그것이 주위 사람들이 해야만 했던 역할이었다. 처참하게도 극 중 그런 어른은 등장하지 않는다. 모두가 분노해야 한다. 이상하게 굴러가는 사회 때문에 잘못 없는 소녀의 상처는 끝없이 덧나다 흉한 흉터를 남길 수밖에 없다.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 3 : 도가니(2011)

 


 

<도가니>역시 실화의 사건이다. 어린 생명을 상대로 한 끔찍한 사건에 속이 울렁거린다.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일어난 아동성폭력사건. 들리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아이들에게 가해진 학교의 교장과 선생님은 지속해서 성폭행, 그 과정에서 어린아이가 기차에 깔려 죽게 된다. ‘인호(공유)’가 그 학교에 근무하기 시작하고 차츰 진실을 알아가면서 ‘유진(정유미)’과 비참한 사건을 파헤친다. 아이들 편에 서서 재판을 벌이던 그들은 돈과 권력 앞에서 무너지고 쉽지않은 싸움을 지속한다.


이 사건을 영화로 처음 알게 되어 미안했고, 잔혹한 사건이 영화 개봉으로 인해 대두되었다는 사실에 씁쓸했다. 논란의 선상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가해진 솜방망이 처벌엔 격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불행 중 다행히 인호와 유진은 아이들이 당한 끔찍한 일들에 격노하고 함께 아파하며, 피해아동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 보호받아야 할 공간에서 보호해줄 의무가 있는 교장과 선생이 벌인 극악무도한 성범죄. 게다가 피해 아동은 기억하기 싫은 일들을 증언해야 하고 가해자들을 바라봐야 하며, 자신이 하지도 않은 용서로 두 번 세 번 더 상처받는다. 모든 것을 잃고, 위협받으며 아이들을 위하는 인호와 유진이 너무나도 감사하지만 어떻게 보면 참 비현실적이다.

 

 

영화보다 더한 사건은 종종 일어난다. 피해자가 더 큰 고통을 받지 않도록, 옳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또 다른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그들을 바라보는 그릇된 색안경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그들에겐 관심과 함께 서줄 수 있는 존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리고 스스로가 영화 속 누구의 모습을 닮았는지 경계하자.

 

※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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